[펌] (211003)두가지 소식
장도
·2021. 10. 8. 13:54
강세장 속에서 체크해야 할 보이지 않는 위험이라는 주제로 2주 간 계속해서 에세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마지막 리스크는 예고해드렸던 것처럼 글로벌 공조의 균열인데요… 이 얘기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지난 주 나왔던 두가지 소식을 말씀드려보죠. 지난 주 파월 의장이 의회 연설에서 재미있는 얘기를 했었죠. 이 기사 인용하기 전에 배경 지식을 먼저 말씀드리고 가죠.
지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십여년 동안 전세계는 저성장 저물가 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했죠. 성장을 부스팅하기 위해서는 부양책이 필요합니다. 부양책을 과도하게 쓰면 물가의 폭등이 나타나면서 물가를 자극해버릴 수 있죠. 자칫하면 화폐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물가 급등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긴축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일본의 케이스를 보면 지난 20여년 동안 제로 금리 유지하고 아베노믹스로 엄청난 양적완화로 돈을 퍼붓고 있음에도 물가의 상승을 볼 수가 없죠. 워낙에 저성장과 저물가의 골이 깊기 때문일 겁니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구요…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다면 중앙은행이 성장을 부스팅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정책은 무한대가 됩니다. 얼마든지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죠. 참고로 MMT철학도 보시면…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돈을 찍어서 이 돈을 정부에 공급하고 이를 통해 무제한 재정 정책을 써도 된다는 얘기가 있죠. 물가가 오르지 않으면 가능한 얘기일 겁니다.
지난 수년간 물가가 오르지 않았기에 Fed와 ECB, 그리고 일본 중앙은행은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시장이 흔들려서 가뜩이나 연약한 성장에 치명타를 가할 것으로 보일 때마다 유동성을 공급해주었죠.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어김없이 쏟아져나오는 유동성… 이로 인해 시장은 Buy the dip, 즉 “쫄지마~ 빠지면 사는 거야~”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더랍니다. 자… 정리합니다. 무제한의 경기 부양이 가능했던 이유…. 중앙은행이 마음껏 돈을 풀 수 있었던 이유… 바로 저물가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만약 이 전제가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요? 물가가 오른다면…
저성장 고물가를 가정해봅니다. 성장이 나오지 않기에 유동성 공급을 늘려줘야겠죠. 문제는 물가가 올라오려고 부글 부글 합니다. 이 때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유동성 공급을 늘리게 된다면??? 네… 물가가 오를 것 같다는 심리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들어와있는데… 그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한다고 한다면… 물가의 상승세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수 있겠죠. 그럼 물가를 잡기 위해 되려 금리를 인상하는 긴축 정책을 써야할 겁니다.
이론적인 얘기는 여기까지 하구요.. 이제 현실로 돌아와보죠. 미국의 물가가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럼 Fed가 쓸 수 있는 유동성 공급에 제한이 될 수 있겠죠. 성장이 둔화된다고 해도… 시장이 흔들린다고 해도… 지난 코로나 사태 당시에 썼던 것과 같은 무제한 양적완화는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오르지 않던 물가가 공급망의 이슈이건 무엇이건 간에… 지금 오르고 있죠. 그럼 이렇게 바뀌어버린 환경에 대해 시장은, 그리고 Fed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테이퍼링에도 불구하고…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크게 긴장하지 않는 금융 시장 참여자들의 마음 속… 그 한켠에는 Fed가 그렇게 빠르게 긴축을 할 수 없으며… 설령 그렇게 하더라도 금융 시장이 힘겨워하거나 성장이 둔화되면 바로 그런 정책을 철회하면서 시장 친화적인 돈 푸는 Fed로 바뀔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물가의 상승으로 인해 Fed의 도움이 앞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네.. 비빌 언덕 하나가 사라지는 겁니다. 그럼 제대로 된 성장이 나오지 않는 이상… 금융 시장이 Fed의 유동성 공급 하나만 믿고 강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겠죠. 네.. 시장은 이 부분을 걱정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저 같은 아마츄어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Fed가 이 상황을 모를 리 없죠. 지난 주 의회에서 했던 파월 의장의 코멘트 기사를 인용합니다. 꼼꼼히 읽어보시죠.
“파월 의장은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인 2%와 일치하는 수준에 있다"면서 필요한 경우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의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거의 항상 실업률이 높으면, 인플레이션이 낮기 때문에 금리는 두 가지 문제에서 모두 작동했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경제는 완전고용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것이 우리가 처한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저절로 내려간다면 고용시장의 슬랙이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트레이드오프(상충관계)를 겪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인포맥스, 21. 10. 1)
첫문단에서 파월 의장은 현재까지 인플레이션은 장기적으로는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합니다. 다만 문제가 될 것 같으면 Fed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하고 있죠. 장기적으로 큰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는..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있다는 얘기겠죠?ㅎㅎ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지금 현재 미국의 물가지수는요… Fed가 주의깊게 모니터링하는 근원 PCE 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연 3.6%의 상승세를 보이면서 연 2%의 Fed의 목표치를 훌쩍 넘어있습니다.
헉.. 물가가 목표치 이상으로 훌쩍 넘어가있으면 Fed가 물가를 보면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요.. 아직 성장이 완벽하지 않습니다. 고용이요… 여전히 팬데믹 이전에 비해서 600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모자란 겁니다. 성장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가 높기에 금리를 인상하면… 그런 완벽하지 않은 성장세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죠. 성장을 보면 금리 인상은 나중에 해야할 것 같고… 물가를 보면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성장과 물가가 함께 낮았던 지난 10여년 동안에는 그냥 금리를 낮추면 되니까 큰 문제가 아닌데… 지금은 참 Fed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죠. 두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하나는 성장을 무시하는 거죠. 아몰랑… 이 정도면 많이 좋아진 거니까 물가 잡기 위해 금리 인상 시자악~ 이렇게 갈 수 있구요.. 다른 하나는 물가를 무시하는 겁니다. 지금 물가 상승세.. 지금은 높지만.. 금방 낮아질거야.. 일시적인 거니까.. 물가 무시하고…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금리 인상 천천히~~ 이렇게 갈 수도 있죠. Fed는 어느 쪽을 선호할까요? 당연히 후자를 좋아할 겁니다. 그래서 나온 얘기가 그 유명한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거죠.
위의 기사 두번째 문단에서는 이 얘기를 그대로 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성장은 모자라고… 물가는높은 상황이라는 거죠. 그래서 어려움을 내비치고 있는 것인데… 물가냐 성장이냐…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는 겁니다. 마지막 세번째 문단에서는 여기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있는데요… 파월 의장은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면… 굳이 Fed가 기준 금리를 인상해서 때려잡아야 하는 그런 물가가 아니니까… 저절로 내려올 물가니까… 굳이 물가 잡으려고 금리 올려서 성장 초토화시키는 그런 우를 범하지 말고…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자…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네.. 공급 사이드의 문제이기에… 일시적이기에… 여기에 Fed가 반응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하는 거죠.
그런데요… 만약 일시적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요? 하나 더… 말로는 일시적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꽤 긴 일시적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지난 번에 들었던 예시를 다시 한 번 말씀드려보죠. 홍길동이 돈을 빌려달라고 합니다. 잠시만 쓴다구요… 그래서 돈을 빌려줬는데요… 여기서 이 “잠시”라는 단어는 몇 일을 나타낼까 하는 겁니다. 홍길동에게 돈을 빌려 준 차주는 잠시를 길어야 2~3일 정도로 생각해서 이 돈이 떼일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길동은 2~3일이 아니라 2~3달… 아니 1년이 지나도 갚지 않고 있죠. 극단적으로 홍길동은 ‘잠시’라는 단어를 2~3일이 아닌… 2~3년으로 생각했다고 가정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이건 초단기 대출이 아닙니다. 그냥 그 자체로 대출인 거죠. 파월이 말하고 있는 “일시적”이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파월을 비롯한 Fed가 일시적이라는 단어에 힘을 실어 말할 때.. 그리고 지난 7~8월부터 PCE의 상승세가 피크아웃 가능성을 보이고 있을 때… Fed의 일시적이라는 레토릭은 보다 힘을 얻기 시작했죠. 물가가 그렇게 오르고 있음에도 미국 10년을 비롯한 장기 금리가 빠르게 하락했던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었답니다.
그런데요… 지금 물가 피크아웃에 대한 주장은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지만… Fed가 기존에 주장했던 것처럼 피크아웃 이후… 빠른 수준으로 물가가 하락하고… 올해 말 내년 초만 되면 물가의 하향 안정이 뚜렷해질 것 같다는 전망은 맞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가가 고점을 형성하고 하락하는 것은 맞지만… 하락하는 속도가 느릴 것이라는 얘기죠. 그래서 파월 의장은 최근 연설에서 내년에도 높은 물가가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물가의 상방 위험이 있다는 얘기를 덧붙이고 있는 겁니다. 자.. 그럼 일시적이라는 말이… 진짜 일시적이 맞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보다 커지지 않을까요? 일시적이라는 수사에 공감한 나머지 물가 상승세가 뚜렷했음에도 하락했던 채권 시장이… 일시적이라는 단어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네… 되돌림이 나타나야하겠죠. 최근 채권 시장에서 나타난 빠른 금리 상승세… 여기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Fed의 일시적이라는 코멘트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구요.. 그 신뢰가 시간이 가면서 물가 상승세의 위축이 매우 더디다면… 매우 꽤 긴 일시적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면… 그건 사실 상 일시적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그냥 인플레이션으로 해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아울러 해봅니다. 일시적 인플레가 아니라… 그냥 인플레라면… 앞서 했었던 파월의 인용문 역시…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 있겠죠. 앞서 인용해드렸던 기사의 마지막 문단만 다시 인용해봅니다.
“이에 "이것이 우리가 처한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저절로 내려간다면 고용시장의 슬랙이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트레이드오프(상충관계)를 겪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인포맥스, 21. 10. 1)
일시적이라서 인플레가 저절로 내려간다면… 괜챦을 것이다.. 라고 하는 얘기인데요… 저절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그럼 Fed가 다른 고민을 해야할 수 있겠죠.
헉.. 그럼 금리 사이드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실텐데요… 그 반대편에서 중국과의 공조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죠. 국제 공조에 대한 얘기를 이번 에세이에서는 다루지 못할 듯 한데요… 국제 공조는 성장의 효과를 제고할 수 있고… 그렇게 강해진 성장으로 글로벌 긴축 국면에서 경제가 버틸 수 있는 힘을 제공해주게 되죠. 하나 더… 국제 공조를 통해 최근 나타나고 있는 공급망의 불안으로 인한 물가 상승세 역시 어느 정도 제어해줄 수 있답니다. 잠시 기사 인용하죠.
국무부는 또 "우리가 직면한 공동의 도전들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과의) 협력을 추구한다"면서 "앞으로 한해 동안 중국 국민들의 평화, 행복과 번영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관례적으로 중국 국경절에 축하메시지를 전달해왔다.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가는데 작년 국경절을 앞두고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축하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폼페이오 메시지와 비교해 블링컨 장관의 메시지에는 “우리가 직면한 공동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협력을 추구한다”는 문구가 더 많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뉴시즈, 21. 10. 2)
네.. 중국은 헝다 사태로 힘겨워하는 상황이고… 미국 역시 부채 상한 문제부터 시작해서 추가 인프라 투자 법안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통화 정책 사이드의 지원 역시 물가 등으로 인해 여의치 않은데요… 여기서 양국 간의 공조가 나와준다면… 성장과 물가 사이드의 악재를 어느 정도 제어해줄 수도 있겠죠. 이 뉴스 이후 위안화는 빠른 강세를 보였고… 중국의 성장 제고에 대한 가능성 등과 버무려지면서… 지난 주 금요일 뉴욕 증시는 하락의 아픔을 딛고 반등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관점에서 4일 발표한다고 하는 대중 무역 정책 관련 코멘트가 무엇일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양국의 공조를 통한 성장의 제고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이게 물가의 안정, 글로벌 성장의 회복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답니다. 아직은 정말 불안불안하지만… 공조의 관점에서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죠.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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