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210812)CPI와 바이든의 경고
장도
·2021. 8. 15. 20:27
전일 가장 핫했던 이슈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였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지금의 강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라는 것이 있구요, 소비자물가지수 중에서 가격 변동이 워낙에 높은 나머지 큰 폭의 가격 변동을 보여주면서 다른 제품의 가격 변동 움직임까지 희석시켜버리는 에너지 가격과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상승하면서 시장의 예상치를 하회했죠.
불과 2개월 전인 6월에는 근원 CPI가 0.9%상승하면서 시장의 공포감을 자극했었는데요, 지난 달부터 연 2개월 숨이 죽는 모습입니다. 물가가 계속해서 상승하는 것은 맞는데요, 상승하는 속도가 둔화되는 것 역시 맞는 거죠. 연초부터 Fed가 언급해왔던 3분기 말(9월) 정도면 기저 효과가 사라지면서 드라마틱한 물가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가는 느낌입니다.
돌아서 복기를 해보면… Fed는 연초부터 올해 물가 상승세가 꽤 가파를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죠. 그리고 그런 물가 상승세는 “일시적”이라고 강조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일시적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3분기 정도에 정점을 형성하고 4분기에는 하락할 것(have decreased라는 표현을 썼죠) 같다는 얘기를 했죠. 우선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Fed가 연초에 물가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을 당시에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고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라는 거죠. 사전 경고를 해도… 막상 물가가 오르니까 연준의 일시적이라는 코멘트에 시장은 상당한 우려를 표명했었는데요, 만약 이런 경고마저 하지 않았다고 가정을 해보시죠. 연준의 “일시적”이라는 말 자체에 전혀 신뢰를 보내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일시적임을 수 차례 강조해왔기 때문에… 지난 달의 PCE지표가 둔화되는 모습, 그리고 어제밤 CPI가 숨 죽는 모습에 시장이 빠르게 반응한 것이겠죠. 사전 예보와 이에 대한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은 Fed의 수훈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다만 틀린 것도 있죠. Fed의 예상보다 물가 상승세가 더 가팔랐던 거죠. 상승세가 워낙 강했기에.. 둔화되는 속도 역시 상당한 시간을 요할 수 있겠죠. 그래서요… 최근 보시면 옐런 재무장관이나 파월 의장, 그리고 연준 이사들의 코멘트가 지난 2분기와는 다소 바뀐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시적인 것은 맞는데요, 물가가 의미있는 수준까지 안정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라는 거죠. 예를 들어 전일 발언을 했던 시카고 Fed의 에반스 총재의 경우 내년 하반기 정도 되면 물가 상승세가 2.1%정도로 낮아질 것이라는 언급을 했습니다. 네… “일시적”은 맞는데요… 물가가 2% 레벨 수준으로 안정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얘기는 이런 의미가 되겠죠. 그런데요.. 에반스 총재 말마따나 내년 말까지 물가가 2%위에서 논다라면… 올해 2분기부터 물가가 크게 튀었으니까 거의 2년 정도 물가가 크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건데요… 이게 “일시적”인 건가요?ㅎㅎ 혹시 이것도 Fed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금방 끝날 거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생각보다 조금 더 걸리네.. 조금만 더… 라는 식의 코멘트.. 이런 거 아닐까요? 그냥 일시적 물가 상승에 대한 최근의 코멘트들을 보면서 이런 발칙한(?) 생각을 해봅니다.
전일 나온 뉴스 중에 주목할 만한 것이 바이든 대통령이 OPEC+에 증산을 요구했다는 거죠. 이거 매우 중요한 뉴스 중 하나입니다. 지금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갤런 당 3달러를 넘어섰다고 하는데요, 상당 기간 2불 대 초반에서 머물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죠. 앞에서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것이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라고.. 그게 피크아웃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여전히 에너지 가격을 감안한 물가 지수는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 가격을 밀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국제유가라고 할 수 있죠.
지난 해 4월 마이너스 레벨까지 주저앉았던 국제유가였습니다. 여기에 전혀 공감하지 않을 것 같았던.. 전혀 공조에 나설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사우디와 러시아가 손을 제대로 잡게 되죠. 그러면서 작은 투닥거림은 있었지만 꾸준하게 감산 공조를 이어왔습니다. 원유 시장에 원유 공급을 최대한 억제한 거죠. 공급은 줄어드는데… 백신의 보급과 대규모 유동성 공급 등으로 인해 수요는 증가합니다. 공급은 줄어들고 수요는 증가하는 그림… 이렇게 되면 가격이 오르게 되겠죠. 한 때 마이너스였던 국제 유가는 얼마 전 배럴 당 75불선까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에 더욱 강한 불을 지폈더랍니다.
그리고 실물 경제의 회복세가 강해지고 있음에도, 그리고 OPEC+ 국가 중 더 이상 못견디겠다…감산 공조를 끊고 원유 생산량을 늘려서 우리도 좀 먹고 살자… 라고 덤비는 일부 국가들이 있음에도 사우디의 강한 리더쉽으로 타이트한 감산 공조를 이어가고 있죠. 이게 참 재미있는 것이 내가 더 많이 감산하겠다~~ 라는 식으로 희생의 리더쉽까지 치고 나오니… 원유 시장의 맹주인 사우디에게 다른 산유국들이 밀리는 등… 매월 초에 진행하는 산유국 회의 얘기도 재미가 쏠쏠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한가지 사실… OPEC+는 여전히 감산 공조를 하고 있고… 이로 인해 높은 유가가 유지되고 있지만… 있지만… 조금씩 균열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사우디의 리더쉽으로 잘 커버치고 있었다라는 겁니다.
그런데요..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거죠. OPEC+가 이제는 감산을 멈추어야 한다라구요.. 말이 OPEC+이지… 사우디에게 던지는 코멘트라고 봐도 될 듯 합니다. 내부에서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는데 외부에서도 이런 경고장이 날아오게 되면 사우디의 셈법이 많이 많이 복잡해지지 않을까요? 어떤 형태로건 원유 시장의 감산 공조 약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최근 강한 모습을 보이던 국제 유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겠죠.
최근 보면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시에는요,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4차 중동 전쟁 당시 이스라엘의 편에 섰던 서방국가에 대한 보복까지 겹치면서 OPEC국가들이 금수 조치를 단행했었죠. 물가가 오르는데 원유 공급이 멈추게 됩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중동의 원유 공급 의존도가 지금보다 훨씬 높았죠.(지금이야 전기차도 있고 미국의 셰일 오일도 있지만 당시에는 중동 쪽 에너지가 절실했더랍니다) 물가가 오를 때 원유 공급이 멈추던 것이 지난 70년대였다면… 지금은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바이든 행정부부터 시작해서 감산 공조에 타격을 주고 있죠. 물가 상승세가 피크아웃하려는 때에 감산 공조가 풀리는… 그런 그림이 그려지는 듯 합니다. 70년대와는 다른 그림 아닐까요?ㅎㅎ 아마 바이든 행정부도 70년대와는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물가 상승 압력 확대로 인한 금리의 상승, 혹은 경기의 훼손에 대해 선제적인 포석을 까는 듯 합니다. 매우 중요한 기사가 뜬 만큼 향후 원유 시장 움직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네요. 특히 다음 OPEC회의에서 어떤 얘기가 오갈지가 궁금해집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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