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230423)미국 부채 한도 상향의 딜레마
장도
·2023. 5. 1. 18:42
최근 지방 출장 일정이 많습니다. 대전 대구 부산 광주까지 자주 가게 되네요. 과거에는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최근에 내려가게 되면 한차례 주변을 둘러보곤 합니다. 그리고 택시와 같은 차량으로 이동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최대한 도보로 그 도시의 정취를 느껴보려고 노력하죠. 각 도시마다 느낌이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표정도 다르죠.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때, 그리고 걸어서 이동할 때.. 다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깨닫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금융 시장 전반적으로 애매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죠. 일단 연초에 자산 시장을 달구어주었던 것은 노랜딩에 대한 기대였죠. 생각보다 미국 경기는 좋다. 그런데… 미국 금리 인상은 끝나간다.. 이런 기대가 강했던 것 같습니다. 경기는 마일드하게 좋은데… 물가는 안정되고 있어 금리 인상이 종료되고 되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한다고 하니 행복하지 않을까요. 네.. 주식 시장이 제일 좋아하는 이른 바 골디락스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주식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고, 채권 시장에서 금리는 큰 폭 하락했죠.
그런데 지금은 SVB사태 이후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죠. 경기 둔화 우려는 다시금 커졌습니다. 노랜딩 얘기는 안나오는 것 같구요… 경기는 무너질 것으로 보이는데, 대신 그만큼 연준의 피벗은 강할 것 같습니다. 노랜딩 시나리오 하에서는 양호한 경기 + 연말 금리 인하… 이 시나리오가 힘을 받았는데요.. 지금은 마일드한 경기 침체 + 3분기 금리 인하..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더해주는 듯 합니다. 경기 침체가 강해지면 6월 금리 인하.. 이렇게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걸 연준에서 보상해줄 것이라는 기대감.. 이게 시장에는 강하게 퍼져있죠. 다만 그 발목을 잡는 것이 물가입니다. 지난 10여년의 패턴을 보면 연준이 새가슴이기에… 이 정도면 금리 인하 해줄 것 같은데.. 금리 인하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저변에 깔려있는 거죠. 마일드한 침체를 금리 인하로 커버한다고 봤는데, 마일드한 침체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가 강하게 따라와주지 않으면… 자산 시장에는 악재가 될 수 있죠. 금융 시장 전반에 애매모호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이유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애매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에는 미국 부채한도 문제 역시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부채 한도를 상향해야 하는데… 공화당은 절대 안된다고 버티고 있죠. 공화당은 현재 부채 한도를 상향해줄 수는 있는데 대신 재정 지출을 크게 줄이라고 강요합니다. 재정 지출 중에 항목을 콕 짚어주는데요, 바이든 행정부의 주포가 되는 대표 정책들을 포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죠.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주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은 이거죠. 공화당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부채한도를 높여주지 않는다.. 미국 경제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인질로 삼고 있다.. 이런 주장이 핵심입니다. 반면 공화당은 ‘무슨 소리냐… 올려주려고 협력한다. 1.5조 올려주겠다고 하는데.. 대신 이렇게 끝없이 늘어나는 부채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조금 줄이라고 말할 뿐이다.. 그것도 안하면서 빚을 더 낼 수 있게 합의하는 게 맞느냐..’라고 반발하고 있죠. 공화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미국 경제를 인질로 잡고 있다는 프레임이 쉽게 씌워지지 않는 겁니다. 이러면 매우 강하게 대치할 수 있죠.
이번 부채한도 상한에 대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대부분 다.. 터지면 심각하겠지.. 그런데 터지겠냐고… 라는 반응입니다. 네. 지금까지 부채한도 문제가 계속해서 이슈화된 것은 맞지만 항상 어떻게든 해결이 되어 왔죠. 정치쇼처럼 극적 타결을 이루거나, 혹은 문제가 되더라도 마지막에 잘 무마하면서 유예를 시키거나… 항상 문제가 된다 된다 하면서 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실제 이게 문제가 되었건 2011년에도 부채상한을 늘리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기보다는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유럽 재정 위기가 겹쳐나오면서 이슈가 되었죠.
이렇다보니.. 미국 부채 한도 얘기가 마치 양치기 소년의 늑대다~~로 들리는 겁니다. 양치기 소년의 교훈은 결국 특정 위험에 대해 아무도 신경쓰지 않게 되었을 때 나타나는 문제가 크다는 거였죠. 약간 뭐랄까요… 누군가 해결해줄거야. 신경끄고 주식하자.. 라는 분위기.. 이런 걸 느낀다는 거죠. 가끔 회사에서도 매우 크리티컬한데.. 해결하기는 피곤한 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해결해도 당연히 해야할 일로 인식이 되는 나머지 광도 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면 이런 그레이존이 크게 터져나오곤 하죠. 그럼 그제서야.. 이거 담당 누구였냐.. 이렇게 풀려나가곤 하죠. 앞에서 쉽게 풀 수 있던 일들이 매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언론에서는 심각하다고 말하고… 미국 의회에서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마켓에서는 크게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죠. 너무 심각해서 터지면 안될 것 같아… 그런데 대신 이게 터지면 미국이 금리를 낮춰줄거야… 라는 기승전 피벗 논리가 여기서도 등장합니다. 잠깐 보실까요.
“BofA ‘미 부채한도 리스크로 금리인하 가능성 증가’”(한국경제TV, 23. 4. 21)
이런 분위기죠. 두어달 전일 겁니다. 에세이에서 투자자분이 질문한 것을 말씀드렸었죠. 미국 부채 한도가 제대로 터지면 잠깐 주가가 주춤하다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 기억하시나요? 터지기에는 너무 심각하고… 터지면 돈 많이 풀어줘서 해결할 거고.. 안터지면 그냥 찻잔 속의 태풍.. 이러니 금융 시장이 큰 비중을 두고 고민하지 않겠죠.
자.. 그럼 만약 부채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일단 미국 디폴트가 일어나는데요… 이 경우 미국의 국가 신용 등급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상당히 위험한데요… 미국 MMF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죠. 미국 MMF는 SVB사태 이후 은행권에 대한 부담을 느끼며 몰려든 돈으로 이해 사이즈가 엄청 커졌습니다. 5.2조 달러에 달하죠. MMF는 안전한 단기 국채를 좋아합니다. 이걸 찾아서 이동하곤 하는데요.. 3개월 이내 국채를 선호하죠. MMF에 돈이 넘칩니다. 그런데… 최근 부채 한도 상한 문제로 인해 미국이 추가로 빚을 내지 못하니.. 국채 발행이 줄어들었을 거쟎아요? MMF로 인한 단기 국채 수요는 넘치는데, 단기 국채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럼 단기 국채 가격이 뛰면서 단기 국채 금리가 하락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요… 아무리 단기 국채라고 해도 미국의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겠죠. MMF에 돈이 넘쳐도 위험한 단기 국채는 주의해야 합니다. 현재 미국 행정부에 남은 돈으로 지출을 이어가면 6월 말, 7월 초까지 버틸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럼 6월말에 만기가 되는 국채는 안전하지만… 7월로 넘어가는 국채는 불안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랬더니 이런 기사가 나오죠.
“미국 국채 3개월물과 1개월물의 금리 격차가 역대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오는 7월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반영했기 때문으로, 미국 국가 신용등급의 강등까지도 고려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20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오는 7월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3개월물 금리는 5.12%로, 5월 만기가 도래하는 1개월물 금리 3.69%를 약 143bp 웃돌고 있다.
이 같은 스프레드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미국 국가 신용등급이 마지막으로 강등됐던 지난 2011년 8월보다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3개월물 금리가 크게 높아진 것은 오는 7월 만기 도래하는 국채를 사는 데 큰 위험을 감수한다는 뜻이다.”(연합인포맥스, 23. 4. 22)
네.. 지금이 4월이니.. 3개월 만기면 7월이 될 겁니다. 그리고 1개월 만기면 5월이 되겠죠. 5~6월까지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7월 이후에 어떻게 풀리냐가 되겠죠. 그럼 MMF들은 7월을 버리고 5~6월로 투자를 늘리게 될 겁니다. 그럼 5~6월 만기가 되는 1개월 만기 채권으로 돈이 몰리면서 해당 채권의 가격이 급등 & 채권의 금리가 하락하게 되죠. 1개월 국채 금리가 3.69%입니다. 미국 기준금리가 4.75~5.0%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사뭇 낮다는 느낌을 받게 되죠. 반면 3개월 만기 금리.. 즉 7월 만기 채권 금리는 찾는 사람들이 없다보니 가격이 낮겠죠. 가격이 낮은 만큼 금리가 높을 겁니다.
3개월 국채 금리는 5.12%로 1개월 대비 1.43%나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죠. SVB사태 이후 MMF로 돈이 몰린 상황에서 부채 상한 이슈가 심각하게 불거지니 이렇게 3개월과 1개월 금리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만약 문제가 터지면 어떻게 될까요. 3개월 만기 국채를 담은 MMF의 경우는 이걸 팔아서 MMF인출자에게 돈을 돌려줘야 하는데 부도가 나있는 국채를 누가 사줄까요. MMF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08년 9월에 리먼이 파산했을 때 가장 먼저 파국을 몰고온 곳이 바로 MMF였죠. 당시 안전한 자산이라 생각되던 MMF가 리먼 관련 채권을 보유하다가 무너졌던 케이스가 있습니다. MMF 기준가가 1 밑으로 내려가는 이른 바 Break a Buck 현상이 나타나면서 MMF에서 대규모 뱅크런이 일어났었죠. 이게 금융 위기로의 전이를 빠르게 만들어냅니다. MMF와 맞물려있는 만큼 이번 부채 상한 이슈가 예상 외의 강한 충격을 금융 시장에 줄 수 있다는 주장이 나름 일리가 있는 얘기겠죠.
이렇게 위험하니까 터지지 못하겠지. 혹은 터지더라도 금리 인하로 방어를 해주겠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워낙 큰 충격이 찾아오면 금리 인하 정도로 커버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죠. 코로나 당시에도 초기에 금리 인하로는 답이 나오지 않다보니 양적완화, 그걸로도 답이 안나오니 더욱 강한 돈 풀기에 나서면서 문제를 해결했던 바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부담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코로나 때처럼 모든 충격을 막아주면서 되려 더 많은 돈을 풀어주는 부양… 지금처럼 인플레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가능할까요? 어디 아프면 학교에 안가도 된답니다. 그런데 아픈 정도가 심각해서 입원을 해야한다면… 학교 안가는 게 행복할까요? 피벗을 모두 기다리지만…(학교 안가는 것을 기대하지만) 아주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피벗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학교 안가는 것은 행복이지만.. 그로 인해 더욱 큰 고통을 겪게 되면 현명하지 않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애니웨이.. 저런 시나리오까지 감안하면 절!대! 부채한도 문제가 터지지 말아야겠네요. 너무 걱정할 필요없나요? 세상을 밝게 보면서 살아야 하는데요.. ㅎㅎ 그래서 부채한도 문제가 이번에도 잘 해결되었다고 가정해죠. 그럼 어떨까요? 오케~ 주식 시장 급등?? 불확실성 해소??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겁니다.
일단 미국 재무부는 그동안 부채 한도 문제로 인해 자신들이 갖고 있던 쌈짓돈 계좌(TGA라고 하죠)에서 꽤 많은 돈을 빼서 지출을 하고 있습니다. 부채 한도 문제가 해결되면 국채를 발행해서 돈을 다시 메워 놓아야겠죠. 그리고 재정 지출도 해야하는 만큼 전반적 영역에서 막혀있던 국채의 발행, 즉 국채 공급이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국채 발행이 늘어난다는 얘기는 시중 유동성을 국가가 빨아들인다는 얘기죠. 그럼 양적긴축, 혹은 금리 인상으로 시중 유동성이 부족할텐데.. 시중 금리가 어떻게 될까요? 돈이 부족해지면 돈의 값인 “금리”는 오르게 마련입니다.
하나 더… 부채 상한에 대한 불확실성은 피벗의 당위성을 높이는 논리로 작용하고 있죠. 그런데 부채 상한 문제가 해결되면 피벗을 조금 약화시켜도 되는 것 아닌가요. 피벗 기대로 크게 내려왔던 금리가 다시금 반등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하겠죠. 네.. 부채 상한이 문제가 되면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부채 문제가 해결되기를 원하는데, 이 경우 금리가 예상 외로 튀어오르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겠죠. 시장의 금리 민감도가 높다면 이건 새로운 불확실성 기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시장 프레임은 간단하죠. “Good is good, 그리고 Bad is good.”입니다. 좋은 소식이면 오르는 거고.. 안좋은 소식이면 피벗이 나오니 오릅니다. 그런데요.. 만약 이 프레임이 이상하게 꼬이게 되면 “Bad is bad & Good is bad”가 될 수 있죠. 지금 부채 상한에 대해 어느 쪽이건 흐뭇한 혹은 너무 방만한 해석이 진행되는 듯 하여 예전보다 걱정이 되네요. 네.. 이래 저래 고민이 깊어집니다. 주말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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