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230411)고진감래 VS 새옹지마
장도
·2023. 4. 11. 22:33
의학은 문외한이지만… 그냥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두통 환자가 있습니다. 고질병처럼 수시로 머리가 아픈데요… 너무 아플 때에는 단 것을 먹으면 나아진다고 하죠. 물론 두통의 근원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는 일종의 대증요법 같은 케이스일 겁니다. 그런데요.. 두통이 너무 심하다보니 단 것을 너무 자주, 그리고 너무 많이 먹는 것이죠. 젊었을 때는 상관없겠지만 나이가 들어도 그렇게 하다보니… 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단 것을 너무 많이 먹으니 당뇨가 오게 됩니다.
당뇨라는 것이 고질병일 가능성이 매우 높죠. 완치라는 것이 없습니다. 그냥 증세가 나아질 뿐이죠. 여기서부터 아주 골 때리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머리가 아프면 단 것을 먹어야 하는데, 단 것 먹고 머리 아픈 게 가시면 당뇨가 심해지고… 당뇨 치료하려고 단 것을 끊으면 머리가 아파지고… 어떻게 해야할까요. 결국 두통을 감내하면서 단 것을 끊었죠. 그 효과로 그렇게 높던 당 수치가 내려가기 시작했다고 하죠. 당 수치가 100이 정상이라고 가정해보면… 500까지 치솟았다가 이제 빠르게 내려오고 있는 겁니다. 당 수치가 300정도로 내려오자… 기분이 너무 좋아지는 겁니다. 불과 6개월 만에 200이 내려왔으니.. 다음 6개월.. 올 연말 정도면 100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이는 겁니다. 100이 되면 너무 기쁘겠죠. 왜 그럴까요.. 네.. 다시 단 것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만약 100까지 내려왔는데 단 것을 엄청나게 먹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렇지만 굳이 100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6개월 후에 100이 될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지금부터 단 것을 먹어도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요? 지난 10여년간 먹어왔던 단 것을 참기에는 너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한 겁니다. 그러니 당 수치가 다 내려오기도 전에 서둘러서 단 것을 폭풍흡입하기 시작하죠. 그럼 300에서 빠르게 100으로 내려오던 당 수치가 멈춰서지 않을까요.. 혹은 다시 치솟기 시작하지 않을까요..
갑작스레 이런 비유를 들어보는 이유는 잘 아실 겁니다. 두통 환자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0여년간 저성장에 시달리던 글로벌 경제구요… 이를 벗어나기 위해 양적완화와 재정 지출 등 정말 정말 단 쵸콜릿을 폭풍흡입해왔죠. 특히 코로나라는 우울증 폭풍의 극단을 만났을 때는 그 흡입의 정도가 아주 강했던 겁니다. 그랬더니.. 말로만 듣던 인플레이션이라는… 당뇨라는 병이 찾아온 것이죠. 그리고 그 인플레이션을 치료하기 위해 수년간 끙끙앓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를 넘어선 것은 2021년 3월입니다. 지금이 2023년 4월이니까요… 꽤 많은 시간이 흐르도록 인플레이션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제어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혹시 이제 인플레이션이 금방 사라질 것이라는… 그런 기대가 인플레이션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혹시 들지 않나요? 당뇨를 깨드려야 하는데.. 중간 중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아프니까… 어쩔 수 없이 단 것을 수시로 먹는 겁니다. 특히 그런 단 것은 당 수치가 크게 내려오는 날… 너무 행복한 나머지 먹을 때도 있구요.. 진짜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플 때 도저히 참지 못하고 먹는 날도 있을 겁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되면 피벗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며 자산 시장이 급등하곤 하죠. SVB가 파산하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처럼 아플 수 있으니.. 더 많은 쵸콜릿을 먹어줘야 하겠죠. 참 아이러니한 것 같습니다. 인플레 둔화 시그널이 강해지면 되려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요인들도 따라서 강해지며 발목을 잡으니까요.. 연준의 피벗이 주는 그 행복감… 그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죠. 아무리 힘들어도 그 행복을 받으면 인생역전의 한 방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로또 청약과 같은 느낌이라면 몇 일 밤을 그 추운 곳에서 줄을 서면서 기다릴 수 있죠. 고진감래라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이와 함께 떠오르는 단어가 새옹지마죠.. 변방 늙은이의 말… 변방 노인의 말이 떠나갔을 때 다들 위로했지만 그 노인은 이게 되려 행운이 될 수 있다고 말하죠. 그리고 떠나간 말이 다른 말을 한 마리 데려왔죠. 다들 축하를 전하자.. 이게 되려 독이 될 수 있다 말합니다. 그리고 그 말에서 아들이 떨어져서 다리를 다치죠. 다들 위로를 건네자… 되려 이게… 행운이 될 수 있다 말하고… 오랑캐가 쳐들어왔을 때 다리를 다친 아들은 징집이 되지 않아 살아남죠. 하도 오래 전의 스토리라 어렴풋한 기억을 살려서 써봅니다만… 왜 이 말씀을 드리는지… 그 이유는 충분히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고진감래라는 단어와 새옹지마라는 단어를 합쳐놓은 세상이 반복해서 다가오는 느낌… 글로벌 금융 시장을 보면서 사뭇 강하게 받는 요즘입니다. 오늘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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