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230415)시장의 미세 변화!
장도
·2023. 4. 16. 01:19
바로 마켓 얘기로 들어갑니다. 간만에 보는 그림이 나왔습니다. 우선 금리를 보시면, 미국의 2년과 10년 금리가 모두 상승했죠. 그런데요, 2년 금리가 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장기보다 단기 금리가 많이 올랐다는 것은 중앙은행, 즉 연준의 긴축 스탠스를 채권 시장이 읽고 있다는 뜻이죠. SVB와 CS 사태 이후 연준을 거의 준 호구로 취급하고 있던 시장이 연준의 메시지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전일 소매판매와 미시건대 기대인플레이션이 발표되었죠. 소매판매는 상당히 우려스러울 정도의 침체를 가리키고 있는 반면 미시건대 기대인플레이션 1년짜리는 다시금 큰 폭으로 반등하면서 지난 해 11월 수준으로 되돌려졌죠. 일시적 통계 착시일 것이라고 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얼마 전에 뉴욕 연은에서 발표했던 기대인플레이션도 단기 영역에서는 대부분 반등했기 때문에 조금은 긴장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기 영역에서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반등한다…. 이상하죠. 헤드라인 CPI는 그렇게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요. 제 에세이를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미국 현지 거주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저도 미국에 있는 지인들과 가끔 얘기를 나누곤 하는데요, 제가 미국에 유학했던 2012~14년과는 정말 사뭇 다른 물가를 체감하고 있다고 하죠. 특히 뉴욕은 더더욱 그렇다고 하네요. 국제유가의 오르내림을 반영해서 갤런 당 3~4달러를 오가는 가스 가격을 제외하면 사실 물가가 덜오른다 더오른다라는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음식점 설렁탕이나 짜장면 가격이 주가처럼 주 단위로 확확 바뀌지는 않죠. 우려스러운 점은 이겁니다.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오랜 기간 이어지면… 인플레이션이 으레껏 이어지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네.. 그 유명한 기대인플레이션의 고착화가 진행되는 것이죠.
기대인플레이션의 고착화가 진행되면 이건 하나의 고질병이 되기에.. 참 치료하기가 어렵습니다.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기침을 2년 동안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죠. 홍길동은 혹시.. 단순 감기가 아니라.. 이거 폐병과 같은 고질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병원 한 두번 간다고 고쳐질까요.. 폐가 약해지면 당장은 살짝 증세가 완화될 수는 있어도 금새 도질 수 있죠. 인플레이션이 강한 긴축의 영향으로 2%가까이 내려갈 수는 있어도 조금만 무리하면서 파티를 하면 금새 도질 수 있다는 원리와 동일합니다. 인플레가 언제부터 문제가 되었을까요.. 네… 2%를 넘은 것을 기준으로 하면 2021년 3월부터죠. 지금이 2023년 4월이니까요.. 벌써 2년 1개월이 되었습니다. 2년 1개월째 인플레라는 기침을 하고 있는 것이죠. 사람들은 인플레를 체감하고 있구요… 그것도 꽤 오랜 기간 체감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2% 밑으로 내려올까요…
지금 빠르게 내려오고 있는데 뭔 상관이냐.. 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네.. 9.1%였던 CPI가 5%까지 하락했으니까요.. 그런데요.. 근원 CPI는 그리 크게 하락하지 않았죠. 실제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도 근원 CPI에 초점을 맞춰 보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지난 해 12월부터 명시적으로 상품 가격에서는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 그러나 서비스 가격 등 STICKY한 영역의 인플레이션은 쉽지 않다고 했는데… 이게 여전히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버티고 있습니다. 그럼 이게 2%로 내려오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릴 수 있구요.. 연준은 오래 말까지는 어렵고 내년 하반기 정도는 되어야 2%에 수렴하지 않을까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요… 2021년 3월부터 2024년 말까지 2%를 웃도는 인플레를 체험하는 겁니다. 그럼 거의 4년간 기침을 하는 건데요… 고질병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고질병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제가 의학은 잘 모르지만.. 적어도 조금 무리했을 때 금새 재발하는 과정 등을 통해서 알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홍길동이라는 친구가 워낙에 불닭볶음면을 좋아한다고 가정해보시죠. 매일 삼시 세끼를 불닭볶음면만 먹는 겁니다. 젊을 때와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위에 부담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래서 속이 뒤집어져서 병원에 입원한 겁니다. 입원하고 병원의 쌀죽만 먹으니 위가 조금 나아진 것이죠. 그래서 너무 답답한 나머지 빨리 퇴원시켜 달라고 의사에게 난리를 부리고 있죠. 이글이글타는 눈빛으로요… 그런데.. 의사는 매우 부담스러울 겁니다. 왜냐구요? 오늘 퇴원하면 홍길동은 무엇을 할 것 같으세요. 네.. 불닭볶음면을 먹기 시작하겠죠. 삼시세끼를… 퇴원하는 그 순간부터요.. 그리고 이미 홍길동은 마음 속으로 불닭볶음면을 상상하면서 흐뭇한 미래를 그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럼 퇴원하고 얼마되지 않아서 다시 재입원하지 않을까요?
그런 홍길동이 의사한테 물어보고 있는 겁니다. 언제 퇴원하느냐구요.. 퇴원하면 다시는 이 병원에 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서 물어보는 것이겠죠. 그런데요… 어쩌면… 홍길동은 그리 머지 않은 미래에 다시 속이 뒤집어져서 병원에 다시 들어와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많은 분들이 저한테 물어보시더라구요… 물가가 언제 목표치인 2%로 내려올 것 같으냐구요.. 내려오면 이제 물가 불안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일까요? 그런데요.. 그 질문을 왜 하시는 것일까요? 네.. 연준 피벗의 그날이 오면… 불닭볶음면을.. 아니.. 피벗을 통한 아름다운 수익을 낼 수 있으니까요. 피벗이 자산 가격을 밀어올릴 수 있는데.. 밀려올라간 자산 가격이 소비를 자극하고… 그게 다시금 물가를 자극하면 다시금 병원에 입원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병원에 입퇴원을 계속해서 진행하면 어느 새 고질병이 되어 있을 수도 있겠죠.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근원 CPI와 SVB와 CS의 파산에 환호성을 지르면서 내년까지 200bp금리 인하라는 흐뭇한 피벗을 상상하는 시장, 그리고 다시금 꼬리를 말아오르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보면서 인플레 고질병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됩니다.
실제 연준의 5월 금리 인상 확률은 67%에서 83%로 크게 뛰었죠. 이게 단기 금리에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그리고 원래는 7월부터 금리 인하 들어간다고 했던 시장이었는데요… 7월 조기 인하 확률이 68%에 40%로 낮춰졌죠. 9월에는 확실히 인하한다고 했었는데… 90%에서 68%로 금리 인하 확률도 낮아졌습니다. 물가에 대해 다시금 신경이 쓰이는 듯 한데요.. 물가가 신경쓰이니 SVB 파산 이후 사실 상 지워버렸던 연준이 다시금 생각나기 시작한 거죠. 연준의 긴축 우려가 생겨납니다. 그럼 자산 시장이 긴장했겠죠.
연준 금리 인상에 의해 시장이 흔들릴 때는요.. 장단기 금리가 모두 오르면서 단기 금리가 보다 더 상승하는 면을 보이죠. 그리고 주식 시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흔들리곤 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나스닥이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데요… 음.. 이건 나스닥이 강하다기보다는… 완전 자산인 빅테크가 강하다고 봐야 할 듯 합니다.
2021년 11월부터 테이퍼링에 돌입하던 당시… 긴축을 눈 앞에 두고 자산 시장이 혼란스러워하자.. 시장 참여자들은 거대한 매크로의 불확실성 앞에서 대안을 찾기 시작했죠. 금리가 오르면… 부채가 많은 기업이 힘들어집니다. 부채도 적고 현금도 많은 빅테크가 답이 되죠. 금리가 내리면?? 저성장으로 인해 내려간 금리.. 성장의 희소성이 있는 자산을 찾게 되니.. 여전히 성장을 이어가는 빅테크가 답이죠. 네.. 금리가 오르건 내리건 빅테크입니다. 물가가 오르면… 물가 상승만큼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가격 전가력이 있는 빅테크가 답이죠. 물가가 내리면…. 피벗과 함께 돈이 풀려나오니.. 희소한 성장을 하는 빅테크가 답이 될 겁니다. 달러가 강해지면… 미국 자산이 힘을 얻게 되니 미국 자산의 대표인 빅테크가 답이 될 겁니다. 달러가 약해지면.. 미국 이외 시장이 성장하는데… 해외 매출 비중도 큰 빅테크가 답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빅테크는 안전자산으로서의 특징이 있죠. 물가가 오르건 내리건, 금리가 오르건 내리건, 달러가 오르건 내리건, 항상 좋은 빅테크가 안전 자산까지 소화합니다. 이러면 안전 자산이라고 하면 안되죠… 완전 자산이 되어야겠죠. 21년 연준의 긴축 전환 이후에 빅테크가 다시 한 번 돈 몰이에 나서면서 강한 상승세를 이어갔었죠. 저 역시 그 당시 “완전 자산의 신화”라는 에세이를 담았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빅테크로의 쏠림이 다소 나타나는 듯 합니다. 그리고 이런 쏠림이 자산 가격의 하방을 방어해주는 느낌이네요.
BoA의 마이클 하트넷은 지난 해 초부터 인플레이션 쇼크, 금리 쇼크, 경기 침체 쇼크.. 라는 세가지 쇼크를 언급해왔죠.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인플레 쇼크입니다.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고 강세를 보이던 자산 가격이 고개를 살짝 숙이기 시작하죠. 인플레를 제압하고자 연준의 스탠스가 강해지면 이게 금리 쇼크가 됩니다. 그럼 자산 가격이 큰 폭 하락하고 금리는 튀어오르게 되죠. 그리고 낮아진 자산 가격와 높아진 금리가 경기 침체를 부를 것이라는 기대가 생겨나면 경기 침체 쇼크가 나오는 거죠. 금리도 내리고 주가도 내립니다. 이 세단계의 쇼크가 진행이 되곤 하는데… 그게 독특한 로직과 만나서 한 차례 순환을 하게 됩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로 인해 물가 역시 주저앉으리라는 전망이 나오게 되는 거죠. 물가가 안정되면… 경기가 침체로 가면… 자동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피벗 전환이 가능해지겠죠. 경기 침체로 인해 돈 벌 곳이 없는데… 피벗을 하면… 코로나 때 그 대박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 모두가 피벗을 향해 달려갈 수 있죠. 어쩌면 적어도 연준의 피벗은 투자자들에게 있어서는 There is no Alternative가 아닌가 싶습니다.
모두가 로또 청약의 오픈런을 기다립니다. 그럼 몇시에 줄을 서야 할까요. 새벽 4시? 새벽 2시? 그냥 지금 이 순간이 답이 아닐까요. 피벗을 언제 하건 관계없죠. 결국에는 피벗을 할 것이니 지금 달려가면 됩니다. 네.. 이런 피벗에 대한 강한 기대로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르죠. 이렇게 올라버린 자산 가격은 완화적 금융 시장으로 이어지면서 다시금 인플레이션을 자극합니다. 그럼 다시금 인플레가 올라오면서 이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죠. 인플레 쇼크로 가죠. 그리고 금리 쇼크.. 그리고 경기 침체 쇼크… 피벗 기대… 인플레.. 금리… 경기침체… 피벗 기대.. 인플레… 무언가 순환의 루프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시장의 반응까지 생각해봤는데요, 마지막으로 연준의 반응을 보겠습니다. 지난 3월 FOMC 회의 의사록의 핵심은 연준에서도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요, 침체에도 불구하고 인플레를 제압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안고서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는 거죠. 여기에 4명이 반대했다고 합니다. 클리블랜드, 세인트루이스, 미니애폴리스, 시카고… 이 네 곳 연은 총재가 반대했는데요.. 투표권이 없는 분들도 있고… 투표권이 있더라도 마지막에 합의를 해서 25bp인상에 찬성한 분도 있기에 일단은 만장일치로 25bp인상을 단행했었죠.
어떻게 반대했는지는 나와있지 않지만… 클리블랜드의 메스터 누님이나… 세인트루이스의 불라드 형님, 그리고 미니애폴리스의 카시카리 형님은 50bp파였겠죠. 25bp가 뭐냐.. 난 반대일세.. 였을 거구요.. 시카고의 굴스비 형님은 동결을 원하셨을 듯 합니다. 연준 내부에서도 SVB사태를 보면서 침체의 논의를 이어가는 데에서도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죠. 이후 이어지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은 5월에 추가 25bp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멈춰선 이후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겠죠. 다음 스테이지? 네.. 연준은 지난 해 말 75bp에서 50bp로, 그리고 올해 25bp로 감속하면서 How fast에서는 벗어났죠. 그리고 4.5가 마지막이다… 4.75에서 멈출 거다.. 5.0에서 멈출 거다.. 라는 시장의 기대 속에서도 추가 인상을 꿋꿋이 했죠. 그리고 아마도 5월을 마지막으로 How high도 끝날 듯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가 How long이죠. 얼마나 오랜 기간 지금의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인가… 입니다. 시장은 다음 달까지만~~ 이라고 외치고 있고… 연준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죠. How long의 영역에서의 시장과 연준의 기싸움이 조만간 시작될 듯 합니다. 주말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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