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230325)도이체방크 위기가 말하는 것!

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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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3. 2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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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 방크 얘기가 나오고 있네요. 크레딧 스위스 다음 타자라는 얘기가… 금융 시장 전반에 공포가 상당히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듯 합니다. 다음으로 누가 쓰러질지가 무서운 것이죠. 금융 위기 때의 공포감이 모락모락 솟아오르고 있는 것 아닐까요? 2008년 3월 베어스턴스 파산 당시에 이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했었는데.. 이후 계속해서 작은 은행들이나 MBIA와 암박 같은 모노라인 회사들이 파산했죠. 그리고 그 해 7월에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마지막으로 9월에는 리먼, 메릴린치, AIG가 무너져내리면서 금융 위기로 치달았습니다. 와.. 그렇게 생각하니까 무섭네요..

다만 그 때와 다른 게 하나 있죠. 금융 시장의 자신감입니다. 도이체방크가 무너졌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우.. 어떻게 해… 하면서 주식을 사들이죠. 연준이 돈을 풀어주면 주가가 오른다는 확신이 모두에게 들어와있기 때문입니다. 하나 더 쓰러지면 속으로 더 미소를 크게 짓습니다. 쓰러질 때마다 좋은 것 아닐까요..

군대 시절 기억이 나네요. 유격 훈련을 할 때 미친 듯 PT를 했죠. 그 더운 여름 날 죽도록 하는데 한계점이 오는 것 같더군요… 그 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누구 하나 안 쓰러지냐… T.T’라구요. 아마 유격 훈련 받으셨던 분들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당장 이 훈련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강했던 겁니다. 어쩌면 지금의 시장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시장은 금리 인상이라는 극한의 유격 훈련을 체험하고 있는데… 이게 너무나 힘들어서 빨리 중단시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장의 둔화라는 악재를 들이대면 보통 파월 같은 새가슴은 눈빛이 흔들리면서 금리 인하로 선회하곤 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게 반응하지 않죠. 되려 어느 정도 성장 둔화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공연히 실업률이 올라야 한다고 하죠.

지난 의회 증언에서 워런과의 배틀이 화제가 되었는데요.. 워런은 200만명을 실업으로 몰려고 하는 당신의 금리 인상 정책이 맞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더 큰 고통이 밀려올 것이다.. 감당할 수 있겠냐면서 맞섰죠. 네.. 적어도 성장과 물가의 두가지 목표 중에 연준은 성장을 오롯이 지켜내면서 물가를 잡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적어도 이번 FOMC에서는 소프트랜딩 관련 질문에 대해서도 그 자신감을 크게 접었었죠. 지난 1월 FOMC에서는 디스인플레이션과 소프트랜딩을 함께 말하면서 시장을 행복하게 해줬는데요.. 이번에는 소프트랜딩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습니다. 성장은 어느 정도 접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보입니다.

성장을 인질로 피벗을 요구하던 금융 시장은 멘붕에 빠지죠. 그럼 더 강한 인질을 잡아서 피벗을 요구해야 할 겁니다. 그 과정에서 지난 10월 영란은행을 본 겁니다. 국채 시장의 혼선을 막고자 금리 인상을 하면서도 양적완화.. 그렇게 먹고 싶었던 피벗 사탕을 마구잡이로 던지는 영란은행을 보고서 깨달은 것이죠. 최고의 인질은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구요.. 금융 시스템 안정을 담보로 해서 이제 피벗을 요구하고 있죠. 계속 금리 인상하면 금융 시스템이 무너진다… 인플레 잡는 거 포기하고 피벗해라.. 돈 풀어라… 라구요… 그런 와중에 SVB가 쓰러졌죠. 시장은 환호성을 질렀고… 크레딧 스위스가 흔들립니다.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겠죠. 그리고 이번에는 도이체방크를 흔들고 있죠. 이 정도면 금융 위기 스토리가 완성되는 것 아닐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금융 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금융 위기 스토리가 완성되는 겁니다. 금융 위기 스토리만 만들 수 있으면… 그 스토리가 만들어낼 파급효과를 두려워한 새가슴 연준의 눈빛이 흔들릴 것이고.. 이는 피벗을 이끌어낼 수 있죠. 이번 FOMC에서는 전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시장은 이미 승리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주가가 오르는 것을 봐도… 시장 금리가 주저앉는 것을 봐도.. 글로벌 달러가 약세 전환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죠.

연준 금리 인상 확률은 다음 달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6월 FOMC에서는 금리 인상을 할 확률은 20%정도 보고 있는데.. 되려 금리가 인하될 확률을 30%로 보고 있죠. 도이체방크까지 흔들리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연준한테 묻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올해 9월에는 100%의 확률로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구요… 연말에는 100bp인하를… 내년 연말에는 현재보다 200bp인하된 기준금리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생각만해도 환상인데요? 이 정도 금리 인하를 해야할 정도라면 양적완화 종료는 따놓은 당사이죠. 금리를 인하해서 돈을 풀면서 양적완화로긴축을 한다? 한 쪽에서는 돈을 풀고.. 다른 한 쪽에서는 돈을 빨아들이는 이른 바 자기모순에 빠지는 겁니다. 그럼 사실 상 연말까지 양적완화 종료에 100bp인하 패키지가 터지는 겁니다.

연말에 A아파트 재건축 발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파트 외벽에 금이 가는 게 보이는 거죠. 이건 재건축 발표 안할 수가 없어 보입니다. 그럼 그 아파트.. 재건축 발표하고 사야하나요.. 발표하기 전에 사야 하나요? 당연히 발표 이전에 사 두어야겠죠. 그럼 얼마나 전에 사야할까요? 3개월 전? 6개월 전? 9개월 전? 답은 간단합니다. 남들이 사는 것보다 빨리… 이거죠. 그런데.. 이 정보가 유튜브를 타고 전세계에 울려퍼지면??? 지구 최대 재건축 발표가 있을 거라면… 그리고 모두가 안다면… 그 사람들보다 빨리 사야 한다면… 지금 달려가야 하겠죠. 어쩌면 연준을 항복하게 만드는 금융 시스템의 붕괴 혹은 급격한 경기 침체보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마음에 시장이 피벗에 대한 기대를 보다 빨리 반영할 수 있겠죠. 미래의 이벤트를 동일한 시점에 반영하는 게 아니라… 오매불망 기다려온 스토리를 먼저 반영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 지금과 금융 위기 당시가 다른 점이 있을까.. 은행이 자본을 많이 쌓아두었어요.. 이런 펀더멘탈 얘기를 제외하고도 있는데요.. 가장 큰 것은 금융 시장의 자신감입니다. 피벗만 하면 언제든지 말아올릴 수 있다는 엄청난 자신감.. 이게 존재하는 것이죠. 선생님이 아무리 난리를 부리고 소리를 질러서 갈궈도 핵심은 간단합니다. 저 분은 퇴근을 하실 거라는 거죠. 그리고 퇴근만 하시면 그 때부터는 우리의 시간이 되는 거죠. 우리의 시간이 행복한 만큼 선생님이 난리를 부리고 갈구고 있을 때 행복의 미소를 짓습니다. 선생님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소름 끼치지 않을까요?

연준의 목표는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성장, 다른 하나는 물가죠. 성장을 인질로 잡은 시장에게 연준은 말합니다. 성장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구요… 그럼… 금융 안정은 어떠냐면서.. 연준의 숨겨진 목표를 끄잡아내서 협박을 하고 있죠… 여기에 대해 연준은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서 인질에게 보호망을 씌워줍니다. 그리고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의 전이는 없다라구요.. 시장은 피벗을 받기 위해 전이를 원하고… 연준은 그 전이를 차단하려고 전전긍긍하고 있죠. 이번 FOMC에서도.. 그리고 옐런 의장의 연설에서도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의 전이는 없다는 점을 계속해서 확신시켜주고 있습니다. 그럼 금융 시스템 불안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수 있다면… 연준은 금융 안정이라는 다른 목표를 크게 신경쓰지 않으면서도 물가 안정에 포커스를 둘 수 있겠죠.

저는 기존 에세이에서.. 이번 SVB사태에서 우리가 봐야할 것은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붕괴가 아니라… 특정 산업, 혹은 특정 지역의 성장 둔화… 이로 인한 실물 경제의 점진적인 둔화라는 말씀을 드려왔습니다. 그럼… 여기서 금융 시스템의 안정은 만들어내더라도 성장 둔화는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 라는 질문이 바로 나올 겁니다. 네.. 연준은 실업률이 치솟더라도 용인하겠다는 점을… 성장을 포기했다는 점을 밝힌 바 있죠. 그렇지만 성장이 너무 빠르게 둔화되면… 이게 금융 안정을 더욱 위협하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이 꼬리를 물고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FOMC에서 말했죠. 실물 경제의 둔화와… 작은 은행들 위기에 대한 담론이 실물 경제에서의 자체적인 긴축을 만들어낼 수 있다구요… 그럼 연준이 굳이 긴축을 하지 않아도.. 실물 경제가 알아서 쫄아주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연준이 긴축한다 안한다에 따라 시중 유동성이 움직였지만… 이제는 연준이 긴축을 하지 않아도.. 작은 은행들의 리스크를 인지하면서 알아서 흔들려줄 수 있죠. 그럼 자체 긴축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이런 점에 착안해서 연준은 이번 점도표를 상향조정하지 않았죠.. 피벗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연준은 지금의 어려운 상황이 금융 안정을 건드리는 쪽으로 번지는 것을 원하지 않죠. 다만 이를 위해 전면적인 완화로의 선회가 인플레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하고 있습니다. 금융 안정과 물가 안정을 택하고 있죠. 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하나인 성장 둔화를 용인하려는 듯합니다. 적어도 이번 FOMC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강하게 읽혔죠. 네..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는 듯 합니다. 물가 안정이 얼마나 빠를 것인가.. 그리고 금융 기관들의 실제 체력이 어느 정도인가.. 마지막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얼마나 낙관적인가에 따라… 그 경기 침체의 깊이가… 결정될 듯 합니다. 마일드한 침체일지.. 아니면 하드랜딩일지.. 저는 여전히 마일드한 침체 쪽에 조심스레 무게를 두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주말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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