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230319)동결? 25bp??

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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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3. 1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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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8월이었죠. 당시 국제유가가 배럴 당 145불까지 올라가는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자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고, 전세계 중앙은행은 딜레마에 빠집니다. 2008년 초부터 시작된 미국 서브프라임 발 금융 시장 붕괴의 한가운데에서 간신히 유동성 공급을 늘리면서 버텨왔는데… 이렇게 공급한 유동성이 원자재 시장을 밀어올리면서 인플레 압력을 높이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게 된 거죠. 금융 시장 상황을 보면 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물가 상황을 보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겁니다.

이 상황에서 ECB와 한국은행은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죠. 그리고 실제 인상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당시 계속해서 금리를 낮추던 연준 역시 금리를 동결하면서 한두차례는 인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흘리고 있었죠. 그리고 그 다음 달에 리먼 사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전세계는 거대한 디플레이션의 파고에 휩쓸리게 되죠. 인플레를 경계하다가 갑자기 디플레이션이 찾아왔다… 라는 점… 이게 당시 금융위기에 대한 초동조치를 어렵게 만들었던 이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과거 챠트만을 보면서 얘기하면 당시 중앙은행들은 왜 금융 위기 직전에 긴축을 했을까… 샤워실의 바보인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실제 그 당시의 중앙은행 사람들이나 금융 시장 참가자들에게 있어서는 적어도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한은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비슷한 상황을 지난 해 9~10월 영국에서 만나볼 수 있었죠. 영란은행은 국채 시장의 혼란에 맞서 싸워야 하는데.. 그 이면에서는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10%까지 밀고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대략난감한 상황에서 베일리 총재는 양적완화의 재개를 명하죠. 제한적 기간 동안의 양적완화를 명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스탠스를 이어가게 됩니다. 물론 한 쪽에서는 돈을 풀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거두어들이니.. 모순인 것은 맞습니다만.. 가장 취약한 쪽을 제한적으로 막으면서(국채 시장) 전반적인 상황에서는 긴축(금리 인상)을 하는 방향을 택했던 겁니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지금의 연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보셨던 것처럼 연준이 중점을 두고 보는 핵심소비자물가지수는 여전히 끈적끈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해 1~2월부터 물가가 7%대를 넘었던 바 있고, 이에 대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조금 더 빨리 하락할 수도 있을텐데.. 이게 쉽지 않아보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가상승속도가 낮아지는 것은 맞는데요… 빠른 속도로 2%로 수렴할지.. 그 기간에 대해서는 상당한 걱정을 하게 됩니다. 만약 연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24년말까지도 2%로 수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걱정이 거기에 해당이 되겠죠.

하나 생각해보면… 지금의 인플레가 참 강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미국은 지난 해 0%였던 기준금리를 4.5%까지 들어올렸습니다. 일본 버블 붕괴 당시 89년 여름부터 90년 초가을까지 1년 2개월 만에 3.5%를 들어올렸었는데요… 지난 해 3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연준은 불과 1년도 안되는 기간에 4.5%를 올린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가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거다.. 라는 말씀을 해주실 분 계실 겁니다. 동의하구요.. 그 영향이 SVB은행에서 나타나고 있죠.

이제는 한국에서도 유명인이 되셨죠. WSJ 닉 티미라오스의 기사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은행 사태를 막기 위해서 연준이 BTFP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했구요, 재할인창구의 활용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아.. 이 얘기 조금 해드리고 갈게요… 재할인창구는요.. 시중은행이 돈이 없을 때… 중앙은행에 가서 긴급 자금을 빌리는 창구입니다. 다만 긴급 자금을 빌리기 때문에.. 기간이 짧구요(3개월 이내), 금리를 조금 더 높게 적용하죠. 미국 연준 기준금리 밴드가 4.5~4.75%죠? 재할인율 금리는 4.75%입니다. 은행들이 어려우면 언제든지 재할인창구로 달려가서 돈을 빌리면 되는 것이죠. 엥? 그럼 SVB는 그거 왜 이용안했는데??? 라는 후속질문이 바로 터져나오실 겁니다. 담보를 맡겨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 담보의 가치가 있을 거 쟎아요? 그 담보 가격이 크게 빠져서… 돈을 많이 못빌리면?? 그리고 그렇게 간신히 빌려도 금리가 너무 높아서 이걸 어떻게 운용할 방법도 없으면…??(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어 있는데.. 높은 단기 금리 중 가장 높은 금리로 빌려서 어케해야 하나요… T.T) 마지막으로 3개월 언더로 빌리는 건데.. 그걸 바라보는 해당 은행 투자자들이 안심을 할 수 있을까요? 금방 갚아야 되는 돈으로 일단 메워놓은 것인데…  이렇게 되면 재할인 창구로는 답이 나올 수 없겠죠.

그래서 등장한 것이 BTFP죠.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은행 보유 채권을 장부가로 잡아준다는 겁니다. 1억 짜리 채권의 가치가 금리의 상승으로 인해 50%가 까졌어도.. 1억을 기준으로 잡아서 대출을 해주겠다는 거죠. 아파트 가격이 떨어져서 담보대출의 일부를 갚아야 합니다. 그래서 너무 힘들 수 있는데.. 예전 아파트 가격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거죠… 안떨어졌다치고… 빌려주는 겁니다. 그리고 기간도… 1년으로 화끈하게 밀어줍니다. 그럼 금방 돈을 갚아야 하니까.. 저 돈 믿지마… 3개월 급전 땡긴거야.. 라는 루머에서도 벗어날 수 있죠(벗어날 수 있다기보단… 3개월 빌린 것보다는 낫다는 얘기가 될 겁니다. 그리고… 연준이 직접 나선 이상.. 1년이 지나도 프로그램의 연장이 가능하다는 기대는 갖게 되겠죠)

자… 그럼 BTFP라는 사기캐가 등장합니다. 그럼 BTFP에서 대출을 받으면 돈도 많이 빌릴 수 있고.. 기간도 길게 갈 수 있죠. SVB도 살아났겠는데요.. 그런데 신기한 것이 은행들의 BTFP사용 실적이 그리 많지 않은 겁니다. SVB사태가 찻잔 속의 태풍인가.. 이렇게 생각하시면 안되는 것이 기존의 재할인창구 이용이 크게 늘어났거든요.. 돈이 모자라니.. 예금 인출에 응하기 위해 자금을 땡기기는 하는데요.. 그걸 BTFP보다는 재할인창구를 통해서 땡기고 있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조건도 훨씬 좋은데요….

일단.. 은행 자체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투자자나 예금자들이 어떻게 그 은행을 바라보는지도 중요하겠죠. 똘이 엄마… A은행 BTFP쓴다네~~ 라는 소문이 돕니다. 다른 은행들 중 조금 힘들다는 은행들은 재할인창구 이용하는데 A은행만 유독 BTFP쓰면… 와.. 좋은 조건 써서 좋겠네.. 라는 느낌보다는… 와… 담보 줄 게 가치가 많이 까였나보네..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그리고 돈 구하기 힘드니.. 국가에서 주는 1년짜리 대출로 쟁여두고 싶나보네..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오죽 힘들었으면 그 돈을 쓰겠나… 라는 표현은 측은지심이라기 보다는 바로 돈을 빼고 싶다는 예금자들의 두려움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그럼 BTFP를 초반에 쓰는 그 순간 이른 바 나 어려운 은행이예요~~ 라고 외치고 나가는 셈이 되는 거겠죠. 그러니.. BTFP보다는.. 정말 어려운 경우 기존에도 있었던 재할인창구를 이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재할인창구도 비슷한 이슈가 있어서 은행들이 잘 사용하지 않곤 했는데요.. 더 어려운 BTFP라는 프로그램이 생기니.. 이 정도는 뭐~~ 라면서 쓰는 거죠.  

연준에서 재할인대출을 크게 늘려주고… BTFP로 대출을 조금이나마 해주게 되면서 연준의 자산이 크게 늘어나게 되죠. 이걸 양적완화의 재개로 해석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물론 연준의 유동성 공급은 맞는 것이지만 양적완화와는 다른 케이스라고 해석하셔야 합니다. 양적완화는 장기채를 매입하면서 돈을 공급해주는 케이스죠. 자산 사이드에 장기채가 잡히고… 그 채권을 사는 대신 영구적으로 돈을 시중은행에 공급해주는 겁니다. 만기가 없죠. 그런데… BTFP는 만기가 1년, 재할인창구는 만기가 3개월 언더입니다. 담보를 받고 단기로 돈을 빌려주는 것과 그 담보를 아예 사들이면서 돈을 그냥 주는 것은 다른 케이스겠죠. 3개월 빌려온 돈과 그냥 받은 돈이 있습니다. 어느 돈을 더 편하게 쓸 수 있을까요? 3개월 급전은 내 돈이 아니라는 부담이 크겠죠. 여기까지만 설명드리고 이어갑니다.

티미라오스 얘기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티미라오스는 BTFP이건 재할인창구 대출이건 지금 대부분 은행에 대한 급전 지원이 대부분 샌프란시스코에 집중되고 있다고 합니다. 거의 80%이상이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은행들에게 나가고 있구요.. 나머지 10~20%는 뉴욕에 있는 은행들입니다. 그 외 다른 지역은 아직 급전 땡기는 곳이 나오지 않고 있죠. 다른 지역이 안전해서가 아니라.. 쓰는 넘들이 없으니.. 최대한 버텨보는 겁니다. 괜히 이상한 소문 돌까봐요.. 대신 샌프란은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졌으니.. 그리고 옆에 애들도 다 재할인창구 이용하니까.. 같이 쓰는 거죠.. 100명이 무단횡단하니.. 저도 묻혀가는 겁니다.

그럼 현재 SVB은행의 이슈는 어쩌면 몇몇 지역, 혹은 몇몇 산업에 해당되는 문제라는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전반적인 경제와 시장의 붕괴라고 보기에는 자산 시장이 매우 탄탄하게 버텨주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그게 펀더멘털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연준 피벗에 대한 확신으로 버티는 것이라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참 애매한 것이 이런 거죠. 선생님이 혼내고 있는데.. 선생님은 울지만 않으면 계속해서 혼낼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혼나는 학생은 선생님이 이제 거의 다 혼냈다고… 조만간 끝날 것이라 생각하면서 울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거죠. 외로워도 슬퍼도 안우는 거죠. 참고 참고 참고.. 또 참아야죠.. 그런데.. 울지 않으니 선생님은 계속 혼내는…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는 거죠. 그리고 우리 파월 형님이… 참.. 의회에서 50bp 지르고 나셨는데.. 25bp 만 해도 바보 소리 듣게 생겼는데.. 금리 동결을 하면 이거 참.. 연준의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연반꿀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FOMC까지의 몇 일 안되는 날짜의 금융 시장 흐름이 이번 금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될 겁니다.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다면 25bp를 택하게 되겠죠. 내가 나를 비추는 거울의 방에서 내가 놀라는 모습에 더 놀라는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네요. 예전 연준 부의장 중 클라리다가… 그리고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거울의 방을 얘기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에는 채권 시장을 얘기한 것이지만.. 이번에는 전체 금융 시장에 해당되는 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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