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노 요루의 '밤의 괴물'을 읽고

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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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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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노 요루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로 화려하게 데뷔한 스미노 요루.

평소에 엔터테이먼트성이 짙은 소설을 주로 읽는지라

스미노님의 소설은 내 취향에도 잘 맞고,

부담 없는 문체와 그에 걸맞은 표현력이 어우러져

신작이 출간될 때마다 기대하며 구매하고 있다.

오목교 기둥 광고에 항상 소미미디어가 나오는지라,

광고가 나오는 기간이면 등하교 하는 길에 괜스레 반가워진다.

 

​#밤의 괴물

한국에 세 번째로 정발 된 스미노님의 작품으로,

작년 6월 여름에 출간되었다.

출간된 지 1년이 넘은 작품을 이제 와서 왜 리뷰하냐 물어본다면,

방금 2회독을 막 마쳤기 때문이다.

계절학기를 수강하면서, 왕복 3시간 지하철을 '나만의 비밀'을 읽으며 보냈는데,

다 읽고 나서의 기분이 '밤의 괴물'을 완독하고 나서의 아리송함의 배 인지라

재독하게 되었다.

 

#감사평

앞 두 작품과 비교하면 문체도, 특유의 통통 튀는 인물 간 대화도 비슷하지만

읽고 나서의 기분은 사뭇 다르다.

오히려 이런 무거운 분위기도 무겁지 않게 풀어낸 게 포인트겠다.

작년에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엔터테이먼트성의 작품으로 기대하고 읽었던지라

마음의 준비가 안된 채로, 깊은 의미 따위 생각할 겨를 없이 휙휙 넘기면서 보았다.

그때의 감상평은 알쏭달쏭 그 자체였다.

뿌려놓은 복선의 회수도 별 없고, 괴물이 되는 등 설정에 대한 인과적 설명도 없고, 열린 결말로 끝내놓는...

그러고 옆에 있던, 같은 책을 읽은 국문학과 친구에게 감상평을 물어봤더니 그 친구 왈

'역시 사람은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써야 해'

라고 하더라.

사실 나만의 비밀 에필로그 뒤에 다른 소설가와의 대담에서

스미노님이 국문과 친구와 같은 말을 했다.

이 정도면 책 좀 읽을 줄 안다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두 번째로 읽고 나니 확실히 더 많이 보이더라.

#어느샌가 밤이면 괴물이 되어버리는 앗치

 

괴물이 되어버리고 나서 2주간,

교실에서의 시선 주변부에 있던 야노는 끝내 중앙에 자리잡는다.

그렇다면 괴물이 되는 날은 곧

최초로 교실의 상태가 뭔가 정상이 아니라고 느낀 날,

내면에 있는 괴물을 자각한 시점 아닐까.

작가는 '일상에 녹아든 판타지'를 즐겨 쓰고,

독자인 나도 그에 매료돼 즐겨 읽는다.

그런데 후일담에서 작가가 밝힌대로

이번 작품에서는 굳이 '밤의 괴물'이라는 소설적 장치를 쓰지 않아도

우리는 괴물과 같은 면을 가지고 있다.

앗치가 가진 상상력으로 무엇이든 가능하게 만드는 괴물,

그 괴물이 밤의 교실에서 야노와 보낸 시간은

비단 여섯 다리와 8개의 눈을 빌리지 않고도 가능하다.

괴물의 몸을 빌리고도, 소설의 최종장까지 스스로를 깨닫지 못했던 앗치는

결국 어느 쪽도 아닌 제3의 길을 깨닫고, 괴물의 몸에서 벗어나게 된다.

극이 전개되는 와중에 1인칭 시점에서 엿보는 앗치의 의식의 흐름을 보면

학생 집단의 따돌림과,

군중의식 앞의 소시민과,

상냥한 양호선생님의 무력함과,

야노의 대처가 모두

일련의 비극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글을 쓰며 문득 든 생각은

앗치와 야노 이외의 클래스메이트들-조연-에 대한 정보는

앗치가 바라본 그들의 성격과, 야노에 대한 이지메가 전부이다.

그야말로 조연 그 자체.

그렇다면 굳이 구도, 가사이, 나카가와와 같은 인물이 필요 했을까 싶다.

이들 간의 이야기 전개가 있는 것도 아닐텐데.

극단적으론 한 인물에 이지메를 몰아 넣을 수 있기도 하다.

굳이 여러 인물을 배치한 것은, 이지메를 강조하거나 스토리를 전개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인물군상이 비극적으로 이지메에 가담하고 있다는 점을 의도하고 있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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