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영웅전:사조영웅전 X 신조협려 리뷰

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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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1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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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1. 한국형 판타지소설에 젖어있는 나로서는 무협지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기억 상으로는 게임무협지, 퓨전판타지 정도? 게임으로는 블&소 혹은 퓨전판타지 배경 게임... 그러면서 정파니 사파니, 화산파니 무공이니 주화입마니 등등 무협용어를 접했었다.

2. 워낙 얇고 넓게 파는 내 특성상, 무협지 또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퓨전판타지에서 흘러오는 오염된 무협 말고, 찐무협이 어떤건지 한번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정통 무협지로 대표되는 영웅문을 처음 접했다.

3. 직접적인 계기는 '항룡십팔장'이란 썸네일로 유튜브에 업로드된 SBS-이말년 북토크 동영상이었다. 대체 사조영웅전이라는게 뭐길래 저렇게 재밌게 설명할까, 그게 뭐길래 침착맨이 좋아하나 싶었다.

4. 그래서 읽어본 사조영웅전은... 내용은 무난히 재밌었다. 전 8권이 크게 부담되는 길이도 아니고, 한 인물의 근 20년간의 성장스토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속도감도 느린 편은 아니었다. 인물도 개성있게 다양하며, 그렇다고 삼국지처럼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것도 아니라 소화하기에도 용이했다. 신조협려도 마찬가지고.

5. 둘 모두 서사보다는 인물의 심리변화가 소설의 핵심인 것 같다. 인물이 다른 인물에 대해 갖는 감정과 그로 인한 행동이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휙휙 바뀐다. 그 와중에 인물의 고민과 인성, 번뇌 등등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성장 내지는 후퇴시키게 만든다.

6. 예를 들어 신조협려 주인공 양강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로서의 곽정과, 하릴없는 은혜와 충성을 보여주는 곽정 사이에서, 본인의 감정과 지혜에 따라 어느 때에는 곽정을 죽이려다가도 어느 때에는 목숨을 바쳐 살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반복적으로 '얘가 우유부단하게, 혹은 비이성적이게 왜 이럴까...' 라는 생각이 든다.

7. 다만 이 장점들을 모두 커버하고도 남을 큰 문제가 있었으니... 인물들이 너무 과거를 많이 잊는다! 한번 배신을 당하면 그 다음부터는 경계하는 것이 정상이거늘, 왜 대체 두번 세번 네번 뇌절을 당하는 것인가. 독자 입장에서는 이것 만큼 답답해서 속이 뒤집어지는 일이 없다. 대체로 이막수, 구양봉, 공손지 등 악역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믿다가 봉변을 당하는데, 소설 개연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이게 개연성이 있으려면 당대 시대상이 사람을 쉽게 믿고(배신을 잘 모르고), 인의예지에 눈이 가려져 아옹하는 세대여야 한다. 후자는 좀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한게, 보다보면 구닥다리 사고방식 때문에 속이 뒤집어지는 일도 꽤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두번 읽고싶지는 않다. 왠만하면 시리즈를 정주행 하는 것이 내 성미에 맞으나, 도저히 마지막 의천도룡기 까지 이 감정을 느껴야 한다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8. 작년 여름 즈음에 사조영웅전을 읽고 위와 같이 생각했지만 결국 이번에 또 신조협려를 읽었다.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의천도룡기를 볼 수도 있다...

소용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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