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상어와 헤엄치기: 은행가는 어떻게 일하고, 무엇을 생각하는가(2)
장도
·2020. 5. 1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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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서
#금융업, 무엇이 문제인가?
정말 다양한 문제들이 지적됩니다.
살펴보면, 문제 하나하나들은 비단 금융업에서만 두드러지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금융업이라는 특수성-거대한 규모-과 결부되면서 경제에 빅-엿을 날리는 것이죠.
또, 시티의 사례와 한국의 상황을 일대일로 매칭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어느 정도 감안이 필요한 점이죠.
그럼 차례대로 살펴봅시다.
#1. 위험관리부서의 실종
p125
투자 은행은 법규를 준수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하나하나의 단계나 조치가 방대한 행정적 관리를 거쳐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고 모든 대담자들이 강조했다. 하지만 그러한 일들 모두가 그저 상투적인 <네모 체크 하기box-ticking>로 인식된다는 이야기가 연이어 들려왔다. 이론적으로야 중간 부서가 부정행위를 중단시킬 권한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p215
소수의 인원으로 가동되는 팀 하나가 수십 억 파운드의 손실을 낼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들의 활동이 너무 복잡해서 감시하기가 극도로 어렵다. 그렇다면 사내 통제 부서들이 나서서 이런 문제를 잘 관리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대담자들은 그러한 관리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 대형 금융 기관의 회계 장부를 감사한 사외 회계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고 경영자가 은행에서 사용하는 모든 알고리즘과 그들이 매매하는 상품 하나하나를 다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최고 경영자는 <걱정하마십시오.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뿐입니다.」
투자사에는, 증권사든 운용사든 보험사든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는 곳에는 항상 '위험관리부서'가 있습니다.
리스크부서라고도 하며, 전방부서에서 총칼들고 싸우는 자-투자은행가들-이 너무 많은 리스크를 지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일이죠.
여기에 더해, 중간부서에는 위험관리부서뿐만 아니라 컴플라이언스팀-준법감시부서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법을 잘 지키는지 감시하는 팀이죠.
그런데, 시티에서는 이들의 힘이 너무도 약했답니다.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는, 전방부서 사람들이 돈을 벌고 중간부서는 그 돈을 못벌게 하기 때문이죠.
전방부서에게 중간부서는 '돈 못벌게 만드는' 존재들입니다.
기업의 규모는 전방부서가 얼마나 더 잘버는지에 따라 달려있는데,
근시안적인 주주 혹은 임원들에게도 중간부서는 뒷전일 수 있을 것입니다.
#2. 5분짜리 시야
p136
「참 힘들군요.」그녀가 말을 시작했다하루 10~15시간 일했어요. 친구나 내 파트너보다 직장 동료들하고 더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곳이 내 집인 양, 한 식구치럼 생활하는 거죠. 그런 사람들을 회사가 내쳐 버립니다.」 미국에서는 사정이 훨씬 더 안 좋다며, 그녀가 영국에서 걸은 해고 과정을 쭉 이야기했다. 그녀가 다니는 은행에서는 차례의 해고 바람을 <커뮤니케이션스communications) 라고 일컬었다. 그녀는 그런 날에는 사람을 돌아 버리게, 완전히 돌아 버리게 한다고 말했다. 「인사팀은 사람들이 모두 출근한 뒤, 대략 7시~7시 30분에 시작합니다. 그 후로 하루 종일 계속돼요. 서로가 서로를 모두 주시합니다. 전화는 항상 울려 댑니다. 고객들에게서 오거나 사내 또는 외부의 전화죠. 그 와중에 아주 색다른 정적의 순간이 있습니다. 누가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걸치고 소지품을 챙기면, 사람들은 방금 인사팀에서 전화가 왔었다는 걸 압니다. 그 사람이 인기가 좋거나 호감을 받는 인물이면, 사람들은 그가 인사팀과 면담하러 나갈 때 박수와 환호를 보냅니다. 동병상련의 격려 같은 겁니다.」
p156
5분 후에 문밖으로 쫒겨날 수 있다면, 사람들의 시야는 5분짜리가 된다.
바로 이어서, 근시안 이야기입니다.
앞에서는 주주나 임원, 즉 사내 권력자들의 근시안 이야기를 했다면
여기서 근시안은 일반적인 노동자들입니다.
인센티브제-성과주의가 아주 강한 전방부서에서 아주 흔한 마인드였다고 하죠.
근시안적인 사람일 수록 회사의 장기적 성장, 고객과의 신뢰 이런 것들이 아니라
아주 단기적인 이익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고객의 얼굴 가죽을 벗겨먹을지 궁리하게 되죠.
헤드헌팅 문화도 아주 활성화되어있고, 심지어 한 팀 전체가 다른 회사로 넘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네요.
한국처럼 고용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보장된 곳에서는 비교적 덜 근시안적일 수 있으나
모 전 트레이더 말에 따르면 트레이더는 1년에 50%가 물갈이된다고 하니,
고용안정성 또한 부서by부서인가 봅니다.
156페이지 한 문장이 아주 인상깊네요.
#3. 나랑 초갈해줄래?
p.162
이러한 활동들이 1980년대 이래 금융 산업 내 M&A의 물결이 일어난 뒤, 모두 한 은행의 지붕 아래로 통합되었다. 그 결과, 같은 투자 은행이 자신이 상장시키려는 회사의 사업가들을 위해 그 회사 주가를 최대한 높이려고 할 뿐 아니라, 동시에 그 회사 주가가 매수하기에 좋은 가격인지 아닌지를 투자자들에게 조언하는 일도 하게 된다. 게다가 동일한 투자 은행의 자산 운용 사업부는 고객의 돈을 새로 상장된 그 회사에 투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 해야 한다. 이것은 아주 대단한 이해상충이다. 특히나 IPO가 단지 거액의 보수만을 벌어다 주는 일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때는 더욱 그렇다. 가령 새로 상장된 회사의 주식이 아주 <인기가 높아> 주식 시장에서 매매가 시작되자마자 주가가 크게 뭘 것으로 기대될 경우, 은행은 자신의 우대 고객들에게 상장 전의 주식을 - 이를테면 그 고객들로부터 배정해 줄 수 있다. 아니면, 다른 일거리를 받는 대가로 은행이 직접 그 인기 높은 주식을 보유했다가 매매가 시작되면 고가에 팔아 차익을 남길 수 있다.
p184
스미스는 『나는 왜 골드만삭스를 떠났는가』의 마지막 장에서 결론을 내리며 이렇게 적는다. <정말 해도 너무했다. 지난 여러 해 내내 우리는 어떤 파생상품을 매매하는 방법으로 채무를 어떻게 은폐할 수 있는지를 그리스에 조언했다. 그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불거지자 우리는 헤지펀드들에게 그리스의 혼란을 틈타 어떻게 이익을 낼 것인지 알려 주었다. 그리고 만리장성의 건너편에 있는 사내 투자 은행가들은 이 난리를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유럽 여러 나라의 정부에 조언을 제공하는 계약을 따내려고 노력했다.>
블리자드의 게임 워크레프트에는 초갈이라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한 몸둥이에 머리가 두개 달린 오우거마법사인데,
둘이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기로 유명합니다.
히오스에서는 한놈이 근접캐, 한놈이 법사캐로 스킬이 세팅되어있어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초갈
금융위기 이전 대형은행들이 딱 이모양이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인용에서 설명하고 있죠.
붕괴 이후엔 Chineses wall, 차이니즈월을 부서간에 설치해
정보교류 및 이해상충 문제를 배제시키려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책에서는 이에 대해서도 충분치 않다고 비판하는데요,
원인이 아닌 증상과 싸우는 격인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4. 윤리무관성과 결과주의
p.169
그러나 금융의 세계에서는 <매수자 책임의 원칙> - 즉 〈사는 사람이 알아서 조심하라〉는 것 - 이 완전히 정상적이고 전문적 거래자들에게 널리 적용되는 합법적인 원칙이다. 대담자들과 이 모든 사항들의 윤리적 측면을 놓고 대화를 몰아갔더니, 우리는 금세 근저의 원리에 맞닥뜨렸다. 그 원리란 신티의 관행은 윤리적 차원과는 무관하다고 하는 〈윤리 무관성amorality> 이었다. 모든 대담자들이 제발 이것을 이해해 달라며, <윤리와 무관하다 amoral>는 것은 윤리를 위반하는 〈비윤리적immoral>인 것과는 다르다고 피력했다. 윤리 무관성은 <선>과 <악>이란 말들이 단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며, 시티에서는 어떤 제안이 윤리적으로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대신, 금융계 내부자들은 그들의 관행이 노출될 경우에 직면할(평판 위험>만을 중시한다. 그래서 세법의 공백을 이용하여 거대 기업과 갑부 집안의 탈세를 돕는 일은 〈세제를 능률적으로 활용하는 장치들>을 통해서 <세금을 최적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가 무얼 제안하든 그대로 수용해 주는 재무 변호사와 정부 감독자들은 <비즈니스 우호적>이라고 묘사한다. 이미 발각된 사기나 악용의 사례들은 〈불완전 판매mis-selling>라고 일컫는다. 두 나라의 규제 시스템이 서로 일관되지 못한 상황을 이용해 이득을 보는 것은 <규제차익거래regulatory arbitage>다.
p.177
윤리 무관성이 지배하는 조직화 원리는 자기들에게 강제되는 것이며, 오로지 수익률만을 중시하는 주주들에 의해 집행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용어는 주주 가치인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증시에 상장된 회사들은 단 하나의 기준, 즉 회사는 소유주인 주주들을 위해 창조하는 가치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로큰롤 트레이더는 서너 문장만으로 이 원칙의 구속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요약했다. 「가령 당신이 모건스탠리 주식을 보유하는 연금펀드 매니저인데 골드만삭스가 모건스탠리보다 50퍼센트 더 높은 이익을 냈다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죠. 그 숫자들로 당신은 나쁜 투자자가 됩니다. 그래서 당신은 모건스탠리를 압박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거죠. <당신이 이 사태를 뒤집을 수 있다는 걸 입증할 시간으로 18개월을 주겠다. 실패하면 매도해 버릴 것이다.>」그리고 이 논리가 낙수처럼 조직의 아래 방향으로 흘러내린다.
p181
그들은 대개 결과에 따라 평가를 받지, 그 결과를 어떻게 성취했는가로 평가받는 게 아니다...
...「승진하는 사람들 모두가 인간성을 유지하고 싶다는 말들을하죠. 하지만 애써 인간성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실적이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인간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변해요. 종종 하룻밤 새로 변합니다. 금요일에는 인간이었다가, 월요일만 되면 다시 소리 지르고 악을 쓰는 사람으로 변합니다. 내가 회사를 떠날 때 사람들이 이러더군요. <이제 너는 진짜 세계로 돌아가는 거네. 사람다운 진짜 사람들하고 지낼 테고.>」
p183
그러나전방 부서의 경우에는 특이하게도 다음과 같은 반응이 만창일치에 근접했다. <이거 보세요. 세상은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부엌의 열기를 견디지못하면 부엌에서 나갈 수밖에요.>내부자들은 심리학자들이 말하듯 시스템의 논리를 그 쉽들의 섬성 안으로 <내면화>한 듯했다.
근시안성과 연결되는 이야기인 듯 합니다.
금융업 종사자 하나에게 윤리를 강요하는 것은 너무 가혹할 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에 따라 수익률을 놓치게 되고, 자연스럽게 생태계에서 도태되어버릴 테니까요.
그리고 인재들로 하여금 윤리무관성을 잉태시키는 것은 '주주가치 원칙'이라고 책에선 말하네요.
#5. 마초적 경쟁문화
p224
이것이 홈스 같은 컨설턴트가 항상 은행의 문화를 중시하는 이유다. 「이곳이 누가 손을 들고 <내가 잘못을 범했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인가? 잘못을 범했다고 밝히면 당사자가 박수를 받는가, 아니면 낄낄거리는 경멸의 조소를 받는가? 내가 아는 은행들 중에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잘하는 행동이 아닌 곳들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직접 다루었던 다른 대담자들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불량한 매매는 탐욕에서 비롯하는 게 아니라는것아타. 불량한 매매는 절망 때문에 생기고, 절망을 사고로 키우는 직접적 촉매는 지금 은행이 어떤 식으로 조직되어 있느냐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들 역시 언론 보도에서는볼수 없는 훨씬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적 경쟁문화가 전방부서에 만연해 있다, 는 말은 익히 들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런 문제점이 또 있군요.
기업 차원에서는 경쟁문화를 키워야 악착같이, 워라밸 따위 신경 안쓰고 주주가치만을 위해 한몸 바칠텐데
그렇다고 '내 실수를 알리는 게 바보취급 받는 것과 같은' 환경을 내비두자니, 금융업의 특성-엄청난 규모 때문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딜레마네요.
트레이더 개인이 파산시킨 은행이 얼마나 많습니까. 국내만 해도 H증권사 사례가 있죠. 숨기다가 발생한 사건은 아니지만.
#소결론
우리는 상부와 하부 사이에 착착 흐르는 지시와 정보와 되먹임이 갖춰진 효율적인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은행이 체계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간주한다. 하지만 이러한 겉모습 너머를 보면 그들의 동기 유발은 삐뚤어져 있고, 정보는 격납고에 갇혀흐르지 않으며, 사람들은 공포 분위기에 짓눌려 있다. 또한 고용 안정성의 결핍이 충성심의 결핍을 부채질하며, 관리가 불가능할 만큼 규모가 크고 복잡하다. 이러한 모습에거기서서 합리적으로 조직된 명령 체계는 보이지 않는다.보는 은행의 모습이란 안개에 가린 바다에 용병들이 산재하는 섬들의 군락이다.
p226
망했습니다.
망했어요.
저자도 이때 쯤 '절망' 단계에 진입합니다...
음, 책 후반부엔 저자 나름대로 솔루션을 내놓는 데요,
이 후부턴 책을 참고해주세요.
그 솔루션이 현실성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제가 느낀 점은, 한국과는 분위기가 그래도 다르지 않을까? 하는 희망뿐입니다.
금융을 업으로 목표한 사람에게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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