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초단편소설
[단편소설] 귀정
1 돈까스 덮밥, 김치볶음밥, 딸기 샌드위치……. 고민 끝에 은호는 도시락 하나를 집어 계산대로 향했다. 이번 학기 이후로 저녁을 챙겨 먹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학년이 쌓일수록 인간관계는 점점 좁아졌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닥치는 대로 공부 거리를 벌리다 보니 밤늦게 귀가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500원입니다.”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기다리자니 점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간을 꾸욱 누르며 준비했던 카드를 리더기에 꽂았다. 삐리릭- 소리와 동시에 카드를 빼고 편의점을 나왔다. 은호의 자취방은 일러도 20세기에 지어진 빨간 벽돌의 빌라 옥탑방이었다. 빌라는 그 주변에서 비교적 높은 5층짜리 건물로써 3분 거리에 떨어진 편의점에서도 옥탑방의 실루엣은 유독 잘 비쳤다. 저곳까지 또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