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 종이비행기

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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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1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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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

 

어서 타. 바람이 언제 멈출지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발을 디딛는다.

희끗희끗 잘 보이지 않는 목적지는, 그곳이 너무나도 먼 곳임을 알린다.

맑은 밤하늘만이 오늘은 이곳을 떠나기 딱 좋은 시기라고 말하는 듯하다.

동승자의 이름도 성도 모른다. 말도 통하지 않았다.

온 몸을 덮은 후드와 머플러, 빛나는 눈만이 그가 가진 존재감의 전부였다.

그의 눈은 목적지를 똑바로 향하고 있었다.

그래서, 너가 떠난 이유는 뭐야?

한 동안 맑은 밤하늘에 궤적을 그리며 둘은 나아갔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시야는 어느새 누른 빛으로 가득 찼고, 매서운 모래바람이 둘을 때렸다.

모래 알갱이는 종이비행기 곳곳을 상처냈고, 숭숭 뚫린 구멍에 둘은 균형을 잃고 흔들리기 일쑤였다.

음, 그래도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은걸.

기나긴 머플러가 휘날리는 그들은, 마치 가오리연의 꼬리를 보는 듯했다.

그래도 바람이 불지 않는 것보단 낫지, 스스로 생각했다.

모래폭풍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도 가끔 그들을 덮쳤다.

그래도 여전히 그의 눈은 빛났다.

마지막 폭풍이 지나고 맑은 밤이 찾아왔다.

그제서야, 더 높은 하늘에 떠있는 다른 종이비행기들을 볼 수 있었다. 푸른색, 붉은색, 초록색, 보라색…

그들과 함께, 노란 종이비행기는 바람을 타고 멀리 나아간다.

멀리


저니를 아시나요.

PS게임 명작을 꼽자면, 혹은 힐링게임 베스트를 꼽자면 항상 순위안에 드는 게임입니다.

종이비행기 소재로 뭘 쓸까 고민을 했는데, 몇년 전 아주 감명깊게 플레이한게 뇌리에 박혔나 봅니다.

 

시간 나면 저니 한번 해야겠습니다.

오랜만에 찾아보니 PC로도 나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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