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공정하다는 착각: 서문을 읽고 (마이클 샌델)

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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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9. 1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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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매주 있는 당근 독서모임에서 뭘 읽을까 하다가,

관심있는 분야인 정치철학 서적 중 가장 만만해보이면서 대중적인 것으로 골랐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완독하지 못했지만,

일전에 읽었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샌댈은 쉽다"란 좋은 인상을 받았기에 이 책을 골랐고

서문을 읽은 지금까지는 아직 쉽다는 신뢰가 깨지진 않았다.

서문만으로도 앞으로 전개해 나갈 구역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기에 대충 요약하여 글을 올려본다.


<공정하다는 착각>은 현대 사회에 팽배한 "능력주의"를 해체하는 글이다.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 듯 하다. 

 

 

내가 이해한 능력주의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의 그것과 같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 중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은 능력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 전제조건이다.

ⓒ결과의 정의는 ⓐⓑ가 실현되었을 때 자연스레 따라오는 결과로 본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그만큼 사회정의로 다뤄지기에 걸맞은 문장이지 않은가?


 

그러나 샌델은 능력주의의 허점을 두가지 꼽는다.

 

1. 더이상의 능력주의 실현이 어렵다: 즉,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은 현실에서 점점 찾기 어려워 지고 있다.

  예컨대, "뒷돈"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지속된다.

 예컨대, 거액의 "기부금"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지속된다.

 예컨대, 설령 시험성적으로 진학하더라도 부자 아이가 가난한 아이보다 좋은 대학에 갈 확률이 높다.

     * 2020년 서연고 진학생의 55%는 소득분위 상위 20% 가정 아이다.

     * 예일대 학생들을 보면, 상위 1% 가정의 학생 수하위 40% 가정의 학생 수 이다.

 

명문대 출신은 그 자체를 능력으로 대접받아 고소득 직업에 종사하게되고,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다.

당사자들은 스스로의 경제력을 마땅한 것으로 정당화하게된다.

→ 나보다 떨어진 경제력의 직업을 폄하한다 → 직업의 귀천이 경제적으로 생긴다.

학부모는 학생의 대입 실패 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학생의 삶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2. 과도한 능력주의는 심리적으로 어렵다:

력주의가 만연해있는 사회는, 승리자에게도 패배자에게도 시민적 덕성을 올바르게 갖추지 못하게 한다.

 

  승리자는 "내가" 잘해서, "나의 것인" 재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환경의 운적 요소*를 무시한 것이다.

     * 좋은 부모를 만나서, 교사를 만나서, 타고난 재능과 자질을 얻어서, 그리고 이런 재능에 큰 보상을 주는 사회에 태어났다는 운적 요소

반대로 실패자는 "내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직업적 귀천을 심리적으로 가르는 원인이다.

 이는 청소년들에게 부담이다: 

우리가 시민적 감수성을 쌓는데도 유해하고, 겸손과 감사를 체득하지 못하게 하고, 공동선 배려를 못 배우게 한다.

 

  예컨대, 1960년대 미국 의회 40%는 노동자 혹은 고졸 출신이었지만, 현재는 단 한 석도 고졸이 없다. 즉, 유권자들도 "노동자" "고졸"을 그들의 권익을 대변해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고, 정치할 똑똑한 사람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예컨대, 민주당원과 고소득·전문직 종사자는 성차별과 인종차별주의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만 "학력차별"은 옹호한다.

    * 블루칼라는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을 만한 이유가 있다. 예컨대 그들은 고등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고등교육을 장려해서 화이트칼라로 만드는 게 우리의 일이다.

→ 이 과정에서, 블루칼라는 "모욕"의 감정을 느낀다. 개인적인 모욕은 넘겨도 가족에 대한, 지역사회에 대한, 계층에 대한 모욕은 점점 퇴적된다.

→ 그 결과, 포률리즘이 팽배하였고 트럼프가 블루칼라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되었다.


 

오호, 그럴 듯 하다.

평소에 동의하던 내용인지라 술술 읽혔다.

 

능력주의 팽배의 폐혜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사건 중 기억나는 것은 통칭 인국공 사태라고 부르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 보안요원의 정규직 전환 반대 논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당시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고,

당시 논란은 취준생 vs 비정규직 프레임이 아젠다를 지배했었다.

 

물론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공사 재정문제, 노사 합의의 절차 문제, 노조 주도권문제, 이해당사자의 임금복지 등 경제적 문제 등 여러 지점이 걸려 있지만, 보도의 중심에는 정규직 입사를 공정한 경쟁 없이 비정규직이 그냥 들어가는 게 말이 되는지에 관한 갈등이 있었다.

일부러 갈등을 부추킨 언론사의 보도행태와 가짜뉴스는 굉장히 심각했지만,

갈등의 근원과 그 갈등을 슬기롭게 해쳐나가지 못한 이유는

능력주의가 이 사회를 삼킨 지 오래였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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