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230717)인플레 고착화라는 병
장도
·2023. 7. 17. 10:25
#요약
1. 마켓전망은 긍정적: 단기적 되돌림은 있을 수 있겠으나, 언!젠!가! 2%로 수렴할 것. => 물가안정 + 성장(by 부양책)
2. 그러나, 언!젠!가!는 중요한 이슈임. 2%로 복귀하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인플레는 고착화되기 때문. => 하반기 이슈 예상.
3. 따라서 중장기 인플레와 성장률을 상당부분 대변하는 10년채 금리를 보자.
지난 한 주는 비로 시작해서 비로 끝났죠. 주초에 네이버 날씨 예보를 보면서 설마 일주일 내내 비가 오겠어..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제대로 오산이었습니다. 이렇게 길게 비가 내리는 여름.. 이것도 좀 오랜만인 듯 합니다. 그래서인가요.. 예년 여름과 좀 다른 것이 매미 소리가 좀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작은 매미들이 정말 많아서 이 맘 때 즈음이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울어댔는데요, 올해는 매미들이 태어나야 하는 시기에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매미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체수가 줄어든 대신 간혹 보이는 매미의 크기가 상당히 크더군요. 무언가… 변화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괜시리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요. 잡생각 하나 적어두고 진행합니다.
최근 펀드매니져 분들이나 애널리스트 분들, 그리고 투자자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마켓에 대한 전망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코스피 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2600포인트를 훌쩍 넘어섰구요, 미국 나스닥 지수는 연일 불을 뿜으면서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1년 11월 19일 기록했었던 사상 최고치를 많이 남겨두고 있지 않죠. 상당 수준 하락폭을 만회한 모습입니다. 연초에는 전체적으로 부정적 전망이 만연했다면 지금은 상당히 낙관적인 뷰가 힘을 얻고 있는 듯 합니다.
이런 뷰의 근거에는 우선 노랜딩, 즉 경기 침체가 없다는 시나리오가 자리를 잡고 있죠. 기다리던 침체는 오지 않았다…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이다.. 라는 것이 핵심이죠. 마일드한 침체가 아니라 마일드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이슈는 이제 거의 끝났다.. 라는 생각이 강하더군요. 임대료 인플레까지 내려오게 되면 인플레이션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라며 지금은 인플레를 걱정하기보다는 성장을 부양하기 위해 각국에서 쏟아내는 경기 부양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가가 안정이 되면서도 마일드한 성장이 나오는 상황… 어려운 말로 골디락스 국면이라고 하죠. 골디락스 상황에서는 물가가 안정되고 성장이 마일드한 만큼 금리가 안정되게 됩니다. 금리의 안정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이 이어지게 되고 이는 자산시장, 특히 성장주를 중심으로 한 주식 시장에는 가장 아름다운 환경이 될 수 있죠. 당장은 아리까리하지만 결국 머지 않은 미래에는 골디락스로 수렴할 것이라는 낙관론… 이게 지금의 상승장을 추동하는 원동력이 되는 듯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해 6월 9.1%를 정점으로 올해 6월 3.0%까지 1년 내내 상승폭을 줄여왔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보면 인플레이션은 조만간 2% 밑으로 내려올 것으로 보이죠. 스티키한 인플레이션이 존재하기에 내려오는 속도가 늦춰질 수 있고… 역기저효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되려 상승할 수도 있죠. 이건 걱정할 거리가 되지 않겠는가.. 라는 반문에도 시장은 그리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요… 중간에 한 번 굴곡이 나오더라도… 결!국!은! 물가가 2%로 내려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중간에 악재 한 번 나온다고 해서 쫄아서 파는 것보다는 그 별거 아닌 악재를 그냥 견디면서 갖고 있으면 주가는 계속해서 오르게 될 것이니… 전혀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죠.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어쩌면 지난 2022년 긴축으로 인한 주가 하락이 대표적인 페이크였다… 라는 생각도 작용하는 듯 합니다. 쫄 거 없네.. 결국은 이렇게 오르는 구만… 이라는 생각이죠.
잠깐 이런 생각을 해보시죠. 당장 올해 하반기는 아니더라도… 지금으로부터 2~3년 후에… 물가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시나요? 제가 세미나 등에서 설문 조사를 해보면 대부분 2~3년 후에는 물가는 안정된다고 보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리고 물가가 안정되는 만큼 지금 괜한 인플레로 인해 높아진 금리는 하락한다고 보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네. 지금의 금리가 과하게 높은 것이죠. 연준이 미쳐서 금리 인상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되도 않는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달러원 환율은 내려갈 것이라는.. 달러 강세는 풀릴 것이라는 예상이 상당히 강합니다. 네.. 당장은 모르지만 2~3년 후에는 물가는 낮아지고, 금리도 내려가고, 환율도 내려가면서 달러 약세 & 원화 강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죠. 지난 해 금융 시장을 뒤흔들었던 단어 중 ‘3高’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세가지를 함축해놓은 표현이죠. 2~3년 내에는 시장을 뒤흔들었던 그 3고가.. 모두 사라지면서 저물가, 저금리, 저환율이 되는 것 아닌가요? 물론 중간에 약간의 굴곡은 있겠지만 그런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면… 굳이 지금 당황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연준이 7월에 금리 인상을 하건, 9월이나 11월에 추가 인상을 하건 큰 고민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둘 중에 하나가 금리의 고점이 될 것이고… 금리는 그 이후 안정된 물가를 반영하면서 내려오게 될 것이니까요. 결국 중장기 전망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게 되면 단기의 악재는 모두 씹어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잠깐 이런 생각을 해보시죠. 미래에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로 재차 수렴한다면 어떤 자산이 가장 큰 힘을 받게 될까요? 성장에 대한 갈망이 강한 상태에서 그 희소하다는 성장을 보여주는 대형성장주… 이른 바 빅테크가 되지 않을까요? 올해 상반기 이어진 빅테크의 두드러지는 강세는 빅테크 자체가 완전 자산이기 때문에 나타났다라기보다는요… 금융 위기 이후 10여년 이상 이어져왔던 빅테크에게 가장 유리한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상황..으로 중장기적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믿음이 강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그런 중장기 전망을 만들어내는 핵심은 빠르게 안정이 되고 있는 미국의 물가일 겁니다. 미국 물가의 빠른 하향 안정화…가 바로 그거죠.
그렇다면 자잘한 악재를 모두 씹어먹을 수 있다면 이런 시장의 자신감을 뒤흔들 수 있는 악재는 무엇이 있을까요? 중소형 은행 한두개의 파산은 아닐 겁니다. 되려 이로 인해 연준의 금리 인하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자극할 수 있겠죠. 단기적인 돌발 악재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이슈여야 할 겁니다. 물가의 하향 안정을 필연으로 보고 있기에 자산 시장의 강세가 가능했다면… 중장기 물가에 대한 전망이 바뀌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가 되지 않을까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물가는 내려갈 것이고 과거의 디플레 국면으로 회귀할 것이다.. 라는 믿음이 강하기에 나타나는 시장의 기대감이라면… (그게 피벗 기대가 되었건…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국면이라는 성장주에 유리한 환경이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되었건) 그 물가가 꽤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나타났을 때 그런 기대가 흔들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게 되면 연준의 금리 인상이 추가로 이어질 수 있구요…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레벨이 너무 높다면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꽤 오랜 기간 높은 금리 레벨을 동결하면서 이어갈 수도 있죠. 이 경우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로의 회귀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두려움과 실망감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떤 정책적인 문제가 나타났건 간에 언제든 머지 않은 미래에 재건축만 되면 된다는 기대감을 갖고 오르는 부동산이.. 재건축이 꽤 오랜 기간 미루어질 수 있다는 소식에는 반응을 하게 되겠죠.
그렇다면 인플레이션 고착화는 어떻게 나타나게 될까요. 기준치인 2%를 넘는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이어졌을 때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스며들게 되구요… 물가가 으레껏 오르리라 생각하기에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제품 가격을 인상하게 되죠. 그리고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그 임금의 인상이 다시금 제품 가격에 전가가 되면서 인플레이션을 꽤 긴 기간 이어지게 만듭니다. 결국 현재의 2%를 넘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해 강한 경계감을 갖고 있어야하겠죠. 언제 2%의 물가 목표로 회귀하느냐도 중요하지만… 2%의 물가 목표를 넘어서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도 매우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그게 인플레 고질병을 만드는 레시피가 될 테니까요.. 물가가 2%를 넘어선 것은 지난 21년 3월입니다. 지금이 23년 7월이니 2년 4개월 정도 지났죠. 지금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한 게 하나 있습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고착화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초조한 연준에서는 빨리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추가 금리 인상에 보다 많은 무게를 두고 있는 듯 합니다. 최근 파월 의장의 코멘트를 보시죠.
“파월 의장은 특히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근원 인플레이션은 2025년까지 연준의 목표인 2%까지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달 시장의 전망을 뛰어넘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영국 중앙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도 끈질긴 인플레이션에 고강도 긴축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의 주요 목표는 훨씬 더 경직적인 근원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라며 “이달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아주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정당했다”고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서울경제, 23. 6. 29)
지난 6월 말 컨퍼런스에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고착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말을 했죠.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네.. 인플레 상황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고착화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겠죠. 두번째 문단에는 베일리 총재의 코멘트가 나오는데요… 거기서도 끈질긴 인플레이션이라는 표현과 함께 경직적인 근원 인플레를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합니다. 네.. 인플레 고착화에 대해서는 대부분 중앙은행에서 상당한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네요.
이외 IMF와 BIS, 그리고 골드만삭스에서는 이런 얘기를 합니다. 기사 인용합니다.
“BIS , ‘인플레 고착화 우려… 금리 인상 막바지가 가장 힘들 것’”(연합뉴스, 23. 6. 26)
“IMF, ‘인플레 장기간 고착화될 것… 한국 금융 불안 고조’”(아시아경제, 23. 6. 27)
“골드만 CEO ‘인플레 더 고착화 예상.. 금리 관련 시장 견해와 달라’”(연합인포맥스, 23. 5. 21)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된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이걸 제압하는데 더 높은 금리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죠. 머지않은 미래에 물가는 안정된다… 라는 기대를 담으면 장기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하겠죠. 그렇지만 그런 기대가 흔들릴 때마다 장기 금리는 계속해서 고개를 들 겁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 10년 국채 금리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인하에 보다 민감한 것이 2년 국채 금리라면 중장기적인 인플레이션이나 성장의 전망을 머금은 것이 10년 국채 금리이기 때문이죠.
전체적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에는 강세 심리가 상당히 높아진 듯 합니다. 그리고 왠만한 단기 악재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죠. 2017년, 2019년, 2020~21년 상승장에서 나타났던 일중 주가 움직임이나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 역시 비슷하게 보여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승 흐름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상승장 속에서도 경계해야 할 악재가 있다면 무엇일까를 고민해봤습니다. 그리고 그 악재의 이름은 ‘인플레이션 고착화’라고 생각하구요… 올해 하반기에 이슈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합니다. 장기 채권 금리의 흐름이나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 인사들의 코멘트에서 이런 힌트들을 찾아보시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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