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230609)호구의 시그널링
장도
·2023. 6. 11. 22:48
6월 FOMC에 대한 눈치보기가 극심하네요. 6월 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지 인상하지 않을지에 대한 고민인데요.. 전일 밤 미국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높게 발표되자 시장은 흥분했죠. 연준이 6월에 쉬어갈 수 있는 명분을 제대로 쌓아가고 있다는 생각에서 그럴 겁니다. 지금은 6월 연준의 SKIP을 만들어줄 수 있는 무엇이든 시장에는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6월에 인상을 안하더라도 7월에 인상하면 큰 차이가 없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요.. 이게 얘기가 사뭇 다릅니다.
표면적으로는 한 차례 쉬어가는 것이 맞는데요… 연준이 던지는 시그널이 크게 다를 수 있죠. 시장이 다소 긴장하더라도 인플레를 잡기 위해 계속 간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다가.. 조금씩 그 속도를 줄이는 겁니다. 아직 인플레를 제대로 제압하지 않았음에도 인플레가 잡힐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서 그 감속이 시작되는 겁니다. 허리가 아파서 병원을 갔는데.. 매주 3번씩 3개월 동안 오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 귀챦고… 가면 치료하는데 시간도 많이 드는 거죠… 2주 정도 지났더니 자연적으로 조금은 증세가 완화되죠.. 이 경우 알아서 안가도 된다고 진단하고 병원에 가지 않는 겁니다. 몸이 아프면 약을 찾다가… 그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약간이라도 몸이 좀 낫는 모습을 보이면 그 약 복용을 멈추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볼 수 있죠. 그렇게 약을 먹는 사람.. 알아서 진단하고 괜챦다고 판단한 다음에 병원에 안가는 사람… 병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래서 지난 주 한은의 컨퍼런스에 참가했던 전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인 코처라코타 교수는 이렇게 얘기하죠. 인용합니다.
“코처라코타 교수는 1일 서울 중국 한국은행 신축별관 컨퍼런스홀에서 ‘팬데믹 이후의 정책과제(Policy Challenges After the Pandemic)’ 주제로 열린 ‘2023년 BOK 국제컨퍼런스’ 정책대담에서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이 다시 2% 내외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믿게 하려면 그냥 기다릴 시점이 아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더 올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 시점에서 올바른 질문은 올릴지 말지가 아니라, 25bp(1bp=0.01%포인트) 인상인지, 50bp 인상인지가 돼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중략)
코처라코타 교수는 연준 결정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연준의 의도”라면서 “만약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면 연준은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데일리, 23. 6. 1)
첫 문단을 보면 간담이 서늘하죠. 이번 6월에도 금리 인상을 해야 하는데… 그 인상하냐 마냐를 논할 게 아니라 25bp인가.. 50bp인가를 논하자는 것이죠. 그 이유가 두번째 문단에 나오는데요… 연준의 의도를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이게 핵심이라는 겁니다. 금리 인상을 멈추게 된다면 연준이 금융 시장이 혹여나 흔들릴까봐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것이죠.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네. 연준이 시장에 어떤 시그널을 주는지에 따라 시장은 기가 막히게 그 의도를 읽어낼 수 있죠.
지난 해 9월 영국의 국채 사태 이후… 10~11월을 지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미국 국채 시장이 불안하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지난 해 8월 말 잭슨홀에서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서, 볼커를 언급하면서 물가 안정의 의지를 불태웠던 파월은 11월에 들어와서 긴축을 3단계로 분리하게 되죠. 얼마나 빨리.. 얼마나 높게.. 그리고 얼마나 오랜 기간… 이라는 세가지 프레임으로 분해한 다음에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난 해 12월 50bp로 감속, 그 이후 1,3,5월에는 25bp인상으로 간 것이죠. 그리고 6월에는 금리 인상을 멈추어서는 겁니다. 과거에 보면 연준이 이렇게 감속을 하고 금리 인상을 멈춘 다음에 재차 금리 인상 사이클에 접어든 케이스가 드물죠. 그리고 설령 인상을 하더라도 시장을 걱정해서 저렇게 쫄아있다면 언제든 시장이 흔들릴 때 연준은 잔뜩 걱정하면서 금리 인상을 포기하고 급기야는 피벗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겁니다.
시장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죠. 연준이라는 호구가 긴장할 수 있게 가끔 한 번씩 흔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구요… 한번 흔들 때마다 금리 인상 횟수가 한번씩 줄어들게 되니.. 그리고 한번 흔들 때 마다 연준 내 위원들끼리 대분열을 일으키니 이보다 좋은 건 없겠죠. 네… 시장을 너무나 걱정하는 착한 연준의 이슈가 생기는 겁니다.
극기훈련이 힘들어도 군대와 다른 것은 조만간 집에 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선생님이 갈궈도 견디는 이유는 금방 이 시간이 지나갈 것이기 때문이죠. 터널의 밖이 보인다는 희망이 있는데 굳이 고통스러워할 필요가 없죠. 연준의 저런 시그널링은 시장에 계속해서 매파적으로 말하면서도 뒤로는 걱정마.. 힘들면 풀어줄게.. 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죠. 이게 뭐가 문제인가… 똑같은 금리 인상이라고 해도 그 효과가 훨씬 크게 줄어들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5%까지 인상했을 때의 시장 반응이 사뭇 다를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5%의 금리가 크게 효과가 없다면… 문제는 이런 인플레가 장기전으로 접어들게 되고.. 연준은 급기야 더 많은 금리 인상을 해야 합니다. 등떠밀려서… 그 때는 시장이 너무 당황하겠죠. 언제든 구해줄 것이라던 연준이 갑자기 표정을 바꾼 것이니까요…
연준이 시장을 흔들어주어야 물가를 안정시켜줄 수 있는데요… 어설픈 시그널링은 시장이 연준을 종종 흔드는 그림을 만들 수 있죠. Don’t Fight the Fed라는 표현은 연준 정책에 대한 시장의 경외감을 담고 있는데요… 그런 경외감을 연준 스스로 해체해버리는 문제를 낳게 됩니다. 결국 6월에 인상하나 7월에 인상하나 뭐가 다르냐… 네.. 연준을 바라보는 시장의 인식에서 큰 차이를 갖는다는 것이구요… 불과 45일 차이의 금리 인상이지만 그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거죠.
이 부분에 대한 얘기를 주말 에세이에서 조금 더 이어가보겠습니다.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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