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231009)높은 금리에서 살아남기
장도
·2023. 10. 9. 21:04
#요약
1. 포워드 가이던스는 장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단점이 더 부각되는 중. 인하의 조그마한 시그널만 나와도 인하압력이 자극되어서 물가가 쉽사리 잡히지 않는 등...
한 분이 저한테 그런 질문을 주시더군요. 중앙은행 코멘트를 들어봐도 특별할 것이 없다라구요.. 대부분 데이터 보면서 결정하겠다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당장 금리 인상 인하에 대한 힌트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으니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씀이 핵심이었습니다. 물론 당장의 수익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연준이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서주는 것이 필요하기에 2019년 7월에 밝혔던 것처럼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다거나 혹은 2020년 내내 파월 의장이 무엇이든 해주겠다라는 발언들… 그런 발언들을 기다리는 건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요.. 파월 의장이 정말 오래전부터 강조해온 Higher for Longer나 이창용 총재께서 말씀하셨던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 그리고 대중 수출 축소에 따른 유동성 환경 변화에 대한 언급 등은 당장의 기준금리 1회 인상 인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의 입맛에 맞는.. 혹은 우리가 듣고 싶은 코멘트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관심을 두지 못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중앙은행은 지난 해까지는 줄곧 포워드 가이던스라는 것을 제시하면서 시장에 향후 통화 정책의 경로를 밝혀왔던 바 있죠. 그런데요… 이 포워드 가이던스가 어떤 때는 정말 유용하지만 또 어떤 때에는 상당한 부작용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참고로 지난 해 6월 불라드 총재는 월러 이사와 함께 참석한 브루킹스 연구소 포럼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이 늦었다고들 말하는데 본인은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언급하죠. 이미 포워드 가이던스를 주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기에 실제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아도 장단기 시장 금리가 큰 폭 상승하면서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에 미리 긴축 효과를 전해주었다고 강조합니다. 네.. 그리고 이런 포워드 가이던스는 긴축의 시작과 함께 전세계적 중앙은행들이 널리 쓰게 되는데요…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았어도 시장금리가 올라서 긴축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유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요… 그 반대도 가능하겠죠.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았음에도 시장이 미리 기준금리 인하의 시그널을 읽으면서 시장 금리가 큰 폭으로 무너져내려오는 상황.. 금리를 인하하지 않아도… 되려 금리를 인상하고 있어도 시장 금리가 하락하는 행복한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죠. 그럼 올해 초에 보셨던 것처럼 아무리 긴축적인 환경을 만들어도 시장은 더욱 흥겨워합니다. 금리를 더 올리는 게 좋다고 말하죠. 왜? 올린 만큼 더 빨리.. 더 많이 인하해줄 것이니까요.. 특히 지난 해 11월 FOMC에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코멘트를 파월 의장이 던졌던 것이 있는데요.. 시장은 이를 금리 인상이 거의 끝나간다는 희망 회로를 돌리는 근거로 삼게 됩니다. 하나 더..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 이후 7~8개월 후에는 어김없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는.. 그것도 빠른 속도로 인하했다는 기대감.. 이런 학습효과가 시장에는 상당히 크게 작용하게 되죠.
그래서 연준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함부로 포워드 가이던스를 주기 힘들 겁니다. 금리 인상의 막바지에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의 숨통을 끊어야 하는데… 갑자기 그렇게 높았던 금리 인상의 효과가 후루룩 빠져나가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럼 인플레 제압의 골든 타임을 놓치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금 힘을 내게 만드는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겁니다. 포워드 가이던스를 주지 않는 이유는요…. 함부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면서 인플레와의 전쟁이 뜻하지 않게 장기전으로 치닫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데이터 디펜던시를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하나 더.. 데이터를 보고서 결정하겠다는 것이 데이터 디펜던시의 핵심인데요… 그럼 과거와 같이 선제적인 대응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시그널이 나타나면 바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돈 풀기에 돌입했던 과거와는 다르죠. 그 때에는 지표가 나타나지 않아도 선제적으로… 일정 수준 예측하면서 통화 정책을 단행했었죠. 그러나 이제는 명확히 말합니다. 물가가 안정된다는 것을 확신한 이후에야 통화 정책의 변화가 가능하다라구요.. 선제적인 통화 정책 대응은 당분간 목도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실제 지표를 확인한 이후에야 천천히 대응하는 연준을 볼 수 있겠죠.
스위스 중앙은행이 중요한 힌트를 던져주고 있는데요… 스위스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6%입니다. 와우.. 그렇게 기다리던 2% 밑으로 물가가 내려온 거쟎아요? 그럼 바로 금리 인하에 돌입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는 전혀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습니다. 되려 지금의 물가가 다시금 치솟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필요하면 추가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겠다는 코멘트를 던지죠. 2%를 하회하더라도… 다시금 인플레 리스크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를 보면서 수차례 물가가 안정되는지를 확인하고 가고 싶어하는 겁니다. 물론 스위스 중앙은행과 미국 연준의 성격이 다르기에 똑 같은 패턴을 예상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과거보다는 훨씬 더 인플레이션이라는 리스크에 민감해져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포워드 가이던스처럼 어려운 주제가 나왔으니 조금만 더 이어가죠. 이번에는 중립 금리 얘기를 해드려보겠습니다. 중립 금리가 올랐기에 지금의 높은 10년 국채금리가 나타나는 것이다.. 라는 말씀들을 종종 듣게 됩니다. 와.. 중립 금리.. 대중적은 단어는 절대 아닌데.. 지금은 일반 대중의 상식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참고로 중립금리가 올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후에도 다시금 내릴 수도 있죠. 중립 금리는요…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바뀌는 겁니다. 미국의 체력이 너무나 강할 때에는 올라가게 되구요… 갑작스레 무너져버리면 중립 금리 역시 큰 폭으로, 그리고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려가게 되죠.
일단 중립금리는 정해져있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도 계속해서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중립금리가 올랐다… 라는 근거로 가장 많이 드는 이슈가요.. 이 높은 금리에도 여전히 탄탄한 미국의 고용 시장과 미국의 물가입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금리를 5.25~5.5%로 인상한 상태에서 다시금 꼬리를 말고 올라가기 시작했죠. 그리고 미국의 고용 시장은 이 높은 금리에도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 듯 반세기 최저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이 정도면 깨갱했을 시장이 지금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기에 과거와는 시장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게 되지 않을까요? 예전보다 시장의 성장과 물가의 체력.. 요게 훨씬 더 강해졌다는 근거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홍길동이라는 친구가 있다고 해보죠. 10KG의 아령을 드는 것이 이 친구한테는 가장 적절한 수준입니다. 그런데요.. 15KG의 아령을 들고 잘 버티는 것을 보여주면 1000만원의 선물을 주겠다는 얘기를 듣게 되죠. 그럼 15KG을 들고도 이를 악물고 버틸 겁니다. 1000만원 선물을 받아야 하니까요.. 그런데요.. 15KG을 들고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꿋꿋이 버티는 홍길동을 보면서.. 홍길동의 체질이 바뀌었네.. 훨씬 더 강해졌네… 보다 강한 것으로 해주세요.. 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지금의 기준금리 수준이.. 견디기 무난할 정도로 높지 않은 수준이어서야 아니라.. 향후에 낮춰질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기에 시장이 잘 견디고 있는 것이라면 어떨까요? 발칙한 상상일 수도 있겠지만 금리 인하를 미리 기대하면서 높게 치솟는 기준 및 시장 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하는 자산 시장을 보면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얘기가 될 듯 합니다.
그런데.. 만약… 멀쩡한 줄 알고.. 15KG가 아니라 20KG.. 25KG.. 이렇게 계속 올려주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금융 및 실물 경제가 상당히 높은 고금리에 상당히 높은 기간 동안 노출이 될 수 있죠. 이는 갑작스러운 경기 침체 리스크를 자극하게 될 겁니다.
예전에는요… 중앙은행이 샤워실의 바보 짓을 했다는 얘기… 과잉 긴축과 과소 긴축을 반복하면서 시장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 라는 얘기를 들으면 그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리 바보같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최근의 이 복잡한 인플레이션 역학관계 등을 보면서는 어쩌면.. 그 때 연준 위원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차악을 선택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금리에 대한 담론… 향후에도 일정 기간 이어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체질이 좋아진 것인 것.. 아니면 페이크에 불과했던 것인지… 시간을 두고 확인할 수 있겠죠. 주말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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