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220202) Humble & Nimble

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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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3.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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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내내 개인적으로 처리할 일들이 좀 있어서 마켓도 제대로 못보고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이제야 정신이 들어서 에세이를 적어봅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지난 주 토요일 새벽, 애플의 양호한 실적 발표가 강력한 트리거가 되면서 시장을 큰 폭으로 밀어올렸죠. 성장이 둔화되는데 물가는 오릅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금리도 올라갈 것 같습니다. 그럼 기업들에게는 최악의 환경이 만들어지겠죠? 전반적 성장 둔화는 기업 전반의 실적 둔화 우려로.. 그리고 물가 상승은 생산 비용 상승을 통한 마진 압박 우려로, 마지막으로 금리 상승은 이자 비용 증가도 이슈가 되겠지만 금융 시장 전반의 유동성 갓감소 우려로 작용을 하게 되겠죠. 애니웨이 주식 시장이 부담을 느낄 만한 이슈들입니다.

실제 지난 달 말에 발표된 PCE물가지표를 보면서 인플레이션의 강한 상승세가 다소 제한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기는 했지만 절대적으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죠. 물가의 상승세가 고공 비행을 하는 상황에서도 고도를 높여간다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절대적으로 높은 레벨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니… 물가 부담을 덜어냈다고 하기는 어렵죠. 그날 함께 발표된 미시간대학교 소비자심리지수는 시장의 예상보다 둔화되면서 매우 낮은 레벨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실질적으로 소비 성장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거죠. 매월 초에 발표되는 ISM제조업 지수 역시 지난 달 보다 낮은 수준을 보여주면서 최근 3개월 동안 고점을 찍고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죠. 성장이 둔화되었다라기 보다는… 성장세가 고점에서 다소 낮아지고 있다.. 이런 표현이 맞겠죠. 적어도 성장만을 두고 본다면 성장 자체는 좋은데 나빠지고 있다… 정도로 해석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백악관에서 이번 주에 나올 고용 지표에 대해 스포를 했다고 하죠. 오미크론 충격으로 꽤 많은 미국인들이 아프다면서 고용 쪽이 좋지 않을 수 있음을 언급했다고 합니다. 네.. 전반적으로 성장 지표는 둔화되는 모습입니다. 성장이 둔화된다면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적어도 1년 여 전의 연준이라면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 아이고~ 양적완화를 두 배로 확대해드릴게요~ 이 정도로 부족하시면 더 드리구요… 라는 반응을 보였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요? 모르긴 몰라도… 시장은 이렇게 기대하는 듯 합니다.

“지표 둔화세가 심화되면 연준이 더 이상의 빠른 긴축… 여기에 대해서는 신중 모드를 보일 것이다..”

지금 시장이 제일 크게 두려워하는 것은 연준이 어느 정도까지 긴축의 고삐를 강하게 당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가가 잡힐 때까지.. 라고는 하는데… 연율로 7%에 달하는..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는 인플레이션이 순식간에 잡힐리는 만무하죠. 이걸 잡기 위해 연준이 행동에 나서야 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기준 금리를 인상해야 이게 잡힐 수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연준 역시 그걸 모르기 때문에 이번 FOMC 에서 humble & nimble이라는 단어를 말했죠. humble하다는 것은 겸손하다는 의미죠. 연준이 무언가 정해져있다고 생각하고… 확신을 갖고 정책을 쓰는 게 아니라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라고 생각하면서 어떤 가능성이 뚜렷해졌을 때 그 때 행동에 나선다.. 이렇게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니까 내깔려 놓아두면 된다~ 라는 단정적 생각.. 이게 지금의 인플레 폭등을 부른 주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겸손해져야 할 겁니다. 연준은 여전히 올해 연말 정도면 강했던 물가가 고개를 숙이고 내려올 것이라고 얘기는 하는데요… 지난 해 같으면 연말에 물가가 내려올 거니까 테이퍼링 없다~ 금리 인상 없다~ 양적 긴축은 상상도 하지 않는다~ 라는 태도를 보였겠지만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한 번 “일시적” 드립쳤다가 제대로 고생한 거죠… (저 역시.. T.T)

겸손하게 흐름을 지켜보다가… 그 흐름이 명확해지면 바로 뛰어들어가는 겁니다. 아주 신속하게 말이죠. 그걸 nimble(민첩한)이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내년에 금리 5번 인상하겠다~ 테이퍼링은 3월에 끝내겠다!! 이렇게 지난 해 하반기에 말했다면 난리가 났겠죠. 이 정도를 시장이 버틸지 버티지 못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럼 이렇게 가는거죠. 우선 테이퍼링 연내 하겠다~ 라구요.. 그럼 시장이 깜놀하겠죠.. 그런데요… 조금 휘청이다가.. 그 정도면 뭐.. 성장이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데 버틸 수 있어~ 코올!!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바로 다가서는 거죠. 테이퍼링을 연내 하면서 내년 3월에 종료하려고~ 조금 빨리 종료야~ 라구요.. 그럼 또 깜놀하겠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안정이 되겠죠. 또 다가서는 겁니다. 이번에는 내년에 금리 인상 12월 정도 한 번 할까 생각 중인데~~ 라구요… 그럼 또 깜놀… 시간 지나서 괜챦아지면… 2번 인상… 3번 인상… 4번 인상… 그리고 현재 컨센서스죠? 5번 인상까지 밀고 들어오는 겁니다. 와.. 5번은 심한 거 아냐?라면서 학을 떼고 있을 때 말하는 거죠. 3월에 한 번에 0.5%인상할 수도 있는데.. 그건 좀 심한 거 같아~~ 그렇지 않아?라구요.. 네.. 던져놓고 버티는지 버티지 못하는지를 봅니다. 이 정도는 버틸 거야.. 라는 확신이 아니죠… 버틸지를 겸손한 마음으로 보는 겁니다. 그리고 버텨낼 것 같으면… 그게 뚜렷해지면 한 걸음 바로 다가서는 거죠. 민첩하게 말입니다.

시장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입니다. 위로는 뚫고 가야하는데.. 위로 가려면 바로 금리가 올라오고… 국제 유가가 따라올라오니까요… 금리라는 수비수가 없을 때에는 트리플 더블하고 날라다녔는데… 밀착 방어형 강한 “금리”라는 수비수가 돌아온 이후에는… 그리고 그 넘이 워낙 nimble하니… 이거 날라다닐 방법이 없는 겁니다. 계속해서 고전하고 있는데.. 그게 소원이죠. 누가 그 “금리”라는 수비수를 스크린해주거나…. 묶어주면 바로 골 밑으로 파고들어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 그런데요… 각종 경기 관련 지표가 다소 둔화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humble하신 분들이 5회 인상에서 6회로 올리거나… 양적 긴축을 땡기거나… 0.5% 원샷에 올리거나.. 하는 nimble한 행동을 하지 못하시겠죠? 네.. 그럼 채권 시장에서 금리 상승이 주춤해집니다. 금리 상승이 주춤해졌다는 것은 수비가 다소 느슨해졌다는 의미인가요? 네.. 바로 골 밑으로 파고들면 되죠. 애플의 강한 실적은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정말 한 골 넣기 힘들었는데… 파고들 틈을 찾은 겁니다.

지표의 둔화는 경제 주체 전반에 걸쳐 성장세가 둔화 양상을 나타냄을 의미하죠. 그런 상황에서 혼자 실적이 좋고… 혼자 강한 성장을 보인다면?? 네.. 당연히 돋보이지 않을까요? 이 정도 레벨로 올라온 금리 자체가 부담일 겁니다. 그래도 강한 실적을 나타내면서 나는 견뎌낼 수 있어.. 단!!! 금리가 더 올라가지만 않는다면 말이야!…라고 말하는 거죠. 네.. 시장은 우선 금리가 더 올라갈 수 있는지… humble 한 분들이 어떻게 시장을 보고 계시는지… 그리고 nimble하게 다가서는지를 계속 옅보고 있습니다. 적어도 현재까지 올라온 금리 레벨을 보고… 그 레벨 이상으로 더 빠르게 다가서기 어려울지를 계속해서 보고 있죠. 둔화되는 실물 경기 지표와… 이미 5차례 인상을 반영하면서 쉴 새 없이 높아진 금리 인상 확률, 그리고 주식 시장 역시 고점 대비로는 여전히 꽤 하락했다는 점을 보고 있는 거죠. FOMC가 끝나고 연준 위원들이 나서서 하는 얘기들… 아주 주의깊게 듣고 있을 겁니다. 그 중에 제임스 불라드 총재가 3월에 0.5%인상하는 건 다소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했죠. 불라드 얘기에 시장이 매우 매우 매우 신경을 쓸 겁니다. 왜 그러냐구요..? 잠깐 아래 인용문을 보시죠. 지난 해 6월에 불라드가 했던 인터뷰 내용 인용합니다.

“그(불러드 총재)는 연준 정책 당국자들이 당장은 "민첩할(nimble)"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불러드 총재는 테이퍼링과 관련해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번 주 공식적으로 테이퍼링 논의를 개시했으며 이에 대한 "더 상세한(more in-depth)" 논의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연합인포맥스, 21. 6. 19)

지난 해 5월까지는 테이퍼링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라면서 왕비둘기 행보를 이어가던 불라드가 지난 해 6월에 갑자기 매둘기로 변신을 했죠. 너무 급격한 변신이었기에 깜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 인터뷰에서 그 단어를 봤죠. 바로 Nimble입니다. 위의 인터뷰에서 nimble이라는 단어가 보이시나요? 올해 1월 인터뷰를 잠깐 봅니다. 이게 한국말로 번역된 게 없어서 영어 인터뷰 내용을 발췌한 겁니다.​

“Bullard said the Fed’s credibility is more at risk now than in the last three decades. We’re going to have to show everyone that we will take action to keep inflation low and stable and try to hit our 2% inflation target,” he said.

The St. Louis Fed president said his own forecast is for three rate hikes this year. He said the Fed will have to be nimble and react to the data.”(MarketWatch, 22. 1. 6)

음.. 발번역 간단히 해드리면요… “불라드는 연준의 신뢰가 지난 30년 동안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라고 말했죠. 그래서 연준은 모든 이들에게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겁니다.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 불라드는 올해 세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구요… 그는 연준이 데이터에 맞게 민첩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답니다.” 이 정도가 될 겁니다.

와.. 1월 6일 날 현재 가장 매파에 속하는 불라드가 3차례 인상을 예상했는데.. 3주 만에 5차례 인상을 논할 정도까지 진도가 나갔네요. 40년만에 최고치로 솟은 소비자물가지수가 만들어낸 인플레이션에 대한 확신과… 이에 대한 연준의 신속한 대응입니다. 진짜 nimble하지 않나요?ㅎㅎ nimble이라는 단어가 위의 인용문에서도 보이시나요? 네.. 그리고 이번 1월 FOMC의 핵심이 Humble & Nimble이었답니다. 불라드 총재가 현재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는 입김을 강하게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그도 그럴 것이 다들 테이퍼링 천천히 하자.. 인플레 일시적이다.. 라고 할 때 가장 먼저 반대로 돌면서 매파로 전환했고… 매파 전환 이후 그가 주장해왔던 정책 스탠스가 모두 현재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불라드 총재의 코멘트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할 듯 합니다.

지난 11월부터 연준의 통화 정책 긴축 전망은 정말 주 단위로 빠르게 바뀌고 있죠. 테이퍼링 연내 한다.. 빨라진다… 내년에 금리 인상 1,2,3,4회 한다… 양적긴축 빨리 할 수도 있다… 5회 한다.. 50bp인상할 수도 있다… 주 단위로 얘기가 바뀌구요… 대부분 긴축 속도가 올라가는 쪽으로 바뀌어왔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불라드 총재가 50bp인상은 좀 심한 거 아님?? 이라고 말하면서 간만에 반대로 방향이 틀어졌죠. 마치 1월 초에 파월 의장이 의회에서 양적 긴축은 this year later에 하겠다~~ 라고 말한 이후에 시장이 환호성을 크게 질렀던 것과 비슷한 듯 합니다. 채권 금리, 유가, 기대인플레, 그리고 연준 금리 인상 확률을 면밀히 지켜보시죠.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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